[문무학의 문화읽기] 미래를 두렵게 하는 ‘니트(NEET)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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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18   |  발행일 2018-05-18 제22면   |  수정 2018-05-18
공부로부터 도피하는 학생
일로부터 도피하는 청년들
미래를 두렵게 하는 니트족
하류지향자 가는 곳은 분명
모두 지혜 모으고 고민해야
[문무학의 문화읽기] 미래를 두렵게 하는 ‘니트(NEET)족’

가는 세월을 붙잡을 수 없듯이, 변하는 세상 또한 그에 못지않게 잡을 수도 없고 따라가기도 어렵다. 세상이 변하면 그 변하는 모습이 말로 드러난다. 김춘수의 시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처럼, 불러줄 이름이 만들어져야 현상이 존재하게 된다. 그리하여 변하는 세상이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생활 가운데로 들어앉아 문화가 되고 그 변한 세상에 사람이 적응하여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변하는 세상 따라 생기는 말 중에 가장 많은 것이 ‘~족(族)’일 것이다. ‘族’이란 한자는 ①겨레 족 ②백집 족 ③무리 족 ④성 족 ⑤족멸할 족 ⑥떼 지을 족 등의 뜻을 갖는다. 이 ‘족’자가 들어가는 낱말은, 떼 지어 산다는 ‘족거(族居)’, 큰 세력을 가진 문벌의 무리를 가리키는 ‘족벌(族閥)’도 있고, 어느 지방에서 재산이 많고 세력이 큰 정치, 경제적 집단을 ‘호족(豪族)’으로 부르기도 한다.

‘족’이 들어가는 낱말 중에 범위가 넓고 많이 쓰이는 말은 ‘민족(民族)’이다. “일정한 지역에서 오랜 세월 동안 공동생활을 하면서 언어와 문화상의 공통성에 기초하여 역사적으로 형성된 사회 집단”이다. 인종이나 국민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유사하게 ‘~족’은 ‘무리’라는 뜻을 담아 명사 뒤에 붙어 ‘그런 특성을 가지는 사람이나 사물의 무리’ 또는 ‘그 무리에 속하는 사람이나 사물’의 뜻을 갖는다.

다양성이 특색인 현대 사회에서 어떤 특성을 가지는 무리야 흔히 생길 수 있는 일이지만 미래를 걱정하게 하는 것도 있다. 수년 전부터 유행하는 ‘혼족’이 그렇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삶의 형태가 혼밥, 혼술 등으로 표현되며 가족이나 여럿이 함께 하던 일을 혼자 해결하는 것이다. 혼족이 많아지면 사회적으로 여러 문제가 파생된다. 막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다. 혼족이 많아지는 미래를 생각하면 우울해진다.

그런데 최근 알게 된 ‘니트(NEET)족’은 그냥 우울 정도가 아니라 미래를 매우 두렵게 한다. 니트(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ning)는 공부로부터 도피하는 학생들, 일로부터 도피하는 청년들을 가리키는 용어다. 여기에 ‘족’이 붙어 무리가 되었다. 일본 고베여자학원대학 종합문화학과 교수를 지낸 문필가 우치다 다쓰루가 쓴 ‘하류지향(下流志向)’에 나온다. 전체 내용도 복잡하지 않다. 성장 거부 세대에 대한 사회학적 통찰로 학생들은 배움을 흥정하고 청년들은 일에서 도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공부하기를 싫어하고 청년들이 일하기를 싫어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가는 곳이 분명해진다. 그것은 바로 책 제목인 ‘하류지향’이 될 수밖에 없다. 세상엔 상류만 있어야 되는 것이 아니고, 또 상류만 있을 수도 없는 것이지만 상류는 대체로 인류가 꿈꾸던 것이었기 때문에 어떤 무리든 상류를 지향해 왔다. 상류 사회가 있고 그 사회에 진입하겠다는 꿈이 지금까지 공부하고 일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학생들이 공부하기 싫어하고, 일하기 싫어한다면 하류에 머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류지향 사회의 도래를 막는 것이다. ‘하류지향’이란 책 내용은 일본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우리 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에서는 미우라 아쓰시가 또 ‘하류사회’라는 책을 써서 하류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우리도 ‘하류지향’이 아니라 ‘하류지양’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공부하게 하고 일하게 하는 사회 분위기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공부하지 않고 세상을 어찌 알며, 일하지 않고 어떻게 살 수 있을 것인가. 미래가 두려운 이유다. 대구동구문화재단 상임이사·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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