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소프트웨어 분야의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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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18   |  발행일 2018-05-18 제22면   |  수정 2018-05-18
한국의 소프트웨어 분야는
세계시장 점유율 1% 이하
산업 경쟁력·생산성 좌우할
소프트웨어 중요성 절대적
정부, 적극적 산업정책 필요
[경제와 세상] 소프트웨어 분야의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김재훈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

산업정책은 ‘실업을 낮추고 국제수지를 개선하며 산업의 경제적 효율을 증대시키기 위해 정부가 (공기업이든 민간기업이든) 개별기업의 투자결정에 영향을 미치고자 사용하는 일련의 조치들’로 정의된다. 자유주의적 전통이 강한 영국·미국 등에서는 별로 사용하지 않았고, 후발로 공업화한 독일·일본과 2차 대전 이후 프랑스의 좌파 연립정부가 시장경제에 계획경제 요소를 도입하는 관점에서 활용되었다. 특히 일본과 동아시아 신흥공업국에서 전후 성장의 비결로 많이 거론된 바 있다.

요컨대 추격단계에서는 정부가 개별 기업의 투자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일련의 조치를 취한 다음 그 정책에 따른 우등생과 열등생을 정부가 선별해서 시장을 육성하는 역할까지 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시장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은 영미계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글로벌시장에서 불공정 경쟁으로 다가왔고, 그래서 WTO 체제에서는 허용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선진국 경제를 휩쓸고 난 뒤 크게 바뀌었다. 금융위기 당시 1997년 동아시아 외환금융위기 때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에 철저하게 시장을 통한 구조조정을 강요했던 것과는 달리 ‘2008 경제활성화법(ESA2008)’과 ‘긴급경제안정화법(EESA 2008)’을 제정해서 약 7천억달러의 자금을 조성해 시티은행·아메리카은행(BOA)·GM·크라이슬러 등 민간기업의 도산을 막는 데에 재정을 투입한 선례가 있고, 유럽 국가들도 비슷한 정책을 실시한 바 있다. 금융위기 이후 유럽, 특히 남유럽 경제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산업정책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산업(제조업) 발달이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고 관광업 등을 주요 산업으로 두고 있던 국가들에서는 추격을 위한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할 수 있다. 이미 2000년대 들어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로드릭 등 일군의 경제학자들이 정부가 미래를 예측해서 시장을 선도할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날 글로벌 시장에서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혁신 경쟁에서 ‘정부도 실험과 모색의 한 주체’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한 관점이 대두되어 있던 터였다. 이 경우 정부가 투자주체인 민간과의 긴밀한 대화 속에 전략적, 선별적으로 미래를 위해 특정 부문에 투자를 집중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현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최대 과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그 정책은 적지 않은 반발을 겪어왔다. 일자리 정책이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를 중심으로 하고, 여기에 노동시간 단축에 의한 일자리 공유로 보완하려는 정책을 추진했으나, 국민 세금으로 손쉽게 일자리를 늘리려 한다는 이유의 반대가 있었다. 공공 부문의 일자리는 국민으로서 당연히 받아야 하지만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고 있는 공적인 서비스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보강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와 별도로 민간 부문에 일자리를 확대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산업정책의 정책수단으로 과거와 같이 재정투융자를 통한 보조금 지급, 관세혜택, 정책금융 등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분야별로 보면 지역정책, 환경정책, 과학기술 진흥, 중소기업정책 등을 통해 가능하며, 이에 관해서는 이미 중앙정부에서도, 또 각 지방정부들도 다양하게 모색하고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과 함께 전략적, 선별적인 투자 분야를 찾자면 한국경제에서는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집중 육성을 들 수 있다. 그동안 한국의 경제 발전은 제조업, 특히 하드웨어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그래서 한국의 제조업이 강력한 역량을 갖게 되었으나 소프트웨어 분야는 세계 시장 점유율이 1% 이하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비해 선진국일수록 소프트웨어 산업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이제 모든 기업은 소프트웨어 기업”이라는 선언도 있는 실정이다. 특히 앞으로 산업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좌우하게 될 4차 산업혁명에서는 인공지능(AI)을 포함, 인프라로서 소프트웨어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할 수 있다. 이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하겠다. 김재훈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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