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돌아가지 못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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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17 08:06  |  수정 2018-05-17 08:06  |  발행일 2018-05-17 제23면
[문화산책] 돌아가지 못하는 아이들
이귀영 <문화유치원장>

낯설지 않은 골목이다. 함께 가는 분들과 수다를 떠느라 차량이 어느 집 앞에 도착하고서야 골목이 낯설지 않음을 알았다. ‘청소년 쉼터’라는 문패가 아니었다면 스쳐 지나갈 보통의 가정집 앞에서 ‘우리 동네에 이런 곳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당황스러웠다. 여성단체에서 설립하고 지자체의 도움을 일부 받아 운영되는 곳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가출 청소년 쉼터도 그중 한 곳이었다. 사람들은 가출 청소년이라고 하면 문제아, 불우한 아이들, 비행 청소년, 폭력 등 부정적 단어를 떠올리며 만나본 적도 없는 아이들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그때까지는 그랬다. “가출을 하고 싶어 나온 아이는 없다. 여기에 오는 아이들은 집으로 갈 수 없어 온다. 가출은 아이들만의 잘못이 아니다.” 쉼터 소장님의 절규 같은 말씀이 가슴에 와닿았다.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트는 인간의 행동은 무의식에서 나오며 억압이나 저항에 지배된다고 했다. 성격발달이 거의 끝나게 되는 만 5세 전후 시기에 경험한 것은 무의식 속에 자리 잡게 된다. 이 시기의 경험은 무의식화되어 떠올릴 수는 없지만, 살아가는 동안 행동과 사고방식 등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청소년 가출에는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어릴 때부터 부모의 폭력적 행동을 반복적으로 경험한 경우가 많다. 동행했던 분은 가출 청소년이 머물 수 있는 쉼터가 있어 다행이라 했다.

‘쉼터가 있어 정말 다행인가?’ 이런 쉼터가 필요하지 않은 세상이어야, 부모가 부모다워서 가출하는 아이들이 없어야 한다. 또한 부모뿐만 아니라 바른 인성을 가진 존경할 만한 어른들이 많아야 한다.

몇 년 전 신문에서 외국인 눈에 비친 한국의 가정교육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놀다 작은 다툼이 있었다. 잠시 후 할머니 손에 이끌려 한 아이가 되돌아왔다. 할머니는 아이에게 소리쳤다. “널 때린 아이가 누구냐? 너도 때려라. 한 대 맞았나? 그럼 너는 두 대 때려라.” 어릴 때부터 복수를 가르치는 어른의 모습에 너무나 놀랐다는 글이다. 물론 수긍하고 싶지 않지만 요즘 이런 일들이 심심찮게 일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내 아이만 잘 키우면 좋은 세상이 되는 것이 아니다. 품고 가야 되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이 가장 건강한 사회다.

쉼터 소장님께 그곳에 머무는 아이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뭔지 물어보았다. “집밥 먹고 싶어요”라고 한다. 가정의 달인 5월이 가기 전에 우리는 어떤 어른인지 생각해 보자.이귀영 <문화유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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