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6·13 이후의 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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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16   |  발행일 2018-05-16 제31면   |  수정 2018-05-16
[영남시론] 6·13 이후의 TK
김진국 신경과 전문의

지난 4월27일, 남북의 두 정상이 두 손을 꼭 잡고 천진한 소녀들이 고무줄놀이 하듯 분단 경계선을 넘나든 이후로 온 세상 사람들의 눈과 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만 쏠려 있다. 그래서인지 2018년 지방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도 도무지 선거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선거기간 내내 남북한 정상의 전화회담,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세계사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의 계기가 될 북미 정상회담까지 촘촘히 예정되어 있는 터라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목소리가 비집고 들어올 틈은 없을 것 같다. 선거가 실종되어버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분위기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 지금 우리들의 상상력은 선거가 아니라 한반도를 지나 만주, 시베리아를 거쳐 유라시아 대륙을 향해 치달리고 있다. ‘뜨거운 남도에서 광활한 만주벌판’까지 한 걸음에 내달려 광개토대왕과 대조영이 말 달리던 저 광야의 ‘뜨거운 흙’을 움켜쥘 그날에 닿아있다. 손자·손녀와 마주 앉은 기차를 타고 묘향산·칠보산을 휘돌고 백두산 천지를 가로지른 뒤 중국 대륙을 지나서 유럽을 주유하는 꿈을 꾼다. 그 꿈이 짙어질수록 바다와 철조망에 갇힌 채 섬나라 사람처럼 살아왔던 70년의 세월이 서럽고도 원통하다.

한반도를 두 동강 냄으로써 두 개의 섬으로 만들어버린 것은 결코 우리가 아니다. 게다가 갈라진 세월이라고 해야 기껏 70년이다. 반만년 역사에 비추어보면 찰나에도 못 미친다. 우리 민족은 원래 하나였고, 앞으로도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남북한 사이의 철조망이 걷히고, 끊어졌던 철도가 이어지는 것을 여전히 못마땅해 하는 무리가 있다. 둘 사이를 갈라놓음으로써 실속을 챙겨왔던, 순수 경상도말로 정말 ‘야마리 까진 짓’을 해 온 무리들이다.

한반도 분단의 원죄는 일본에 있다. 일본은 분단 이전에는 우리 민족을 대상으로 인간으로서는 차마 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까지 저질렀고, 분단 이후에는 전쟁특수를 통해 경제대국으로 급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함에도 일본정부는 자신들이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 사과도, 참회도, 제대로 된 배상도 한 적이 없고, 동족 간에 총부리를 겨누게 만든 원죄를 인정한 적도 없다. 이런 일본정부에 기대어 일제 강점기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들의 영달만을 누려온 무리가 지금도 우리 사회의 부와 권력은 물론 언로까지 틀어쥐고 있다. 멀쩡한 내 이웃들을 빨갱이로 몰아대며 분단의 반사이익을 챙겨 온 반통일 세력들에게 무서운 속도로 남북한이 하나가 되어가는 것이 달가울 리는 없을 것이다. 이들의 불편한 심경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입을 통해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이 마침 6·13 지방선거 하루 전날로 정해지자 홍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마저 친북좌파로 몰아붙일 기세다. 제1 야당의 원내대표가 며칠씩 밥을 굶어도 민심은 잔인하리만치 미동도 않으니 “다음 대통령은 김정은이 될지도 모른다”는 어처구니없다 못해 가련할 지경의 헛소리까지 내뱉는 것 아니겠는가.

한민족이 하나가 되어 유라시아 문화권의 주역이 되기 위해서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비핵화와 함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비가역적’이면서도 ‘영구적’인 친일잔재와 반통일세력의 청산이 필수 전제조건이다.

이번 지방선거의 쟁점이 남북미 정상회담에 가려져 실종되어버렸다는 이야기를 달리 말하면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의 통일이 선거쟁점이 되었다는 것이고, 그에 대한 유권자의 찬반의사를 묻는 선거가 되어버렸다는 말이다. 그러나 TK 지역의 선거분위기는 여전히 ‘보수일색의 정치지형에 균열이 일어날 수 있을까’라는 정치평론가들의 회의적인 호기심과, ‘혹시’ 해봤자 결론은 ‘역시’일 것이라는 경험칙이 짓누르고 있다. 한반도에서 유라시아로 이어지는 시대의 거대한 흐름에 TK가 한반도 남녘의 외로운 섬과 같이 고립될 것인지, 아니면 TK 유권자들의 선택에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일어날지 6월13일 저녁이면 판가름 날 것이다. 김진국 신경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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