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과 함께하는 행복한 식사 한끼

  • 김호순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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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16   |  발행일 2018-05-16 제13면   |  수정 2018-05-16
대구 달서구 감삼동
베트남 음식전문점‘THE PHO’
다문화가정 외식지원사업 화제
“사회공동체, 넓은 의미의 가족”
다문화가족과 함께하는 행복한 식사 한끼
지난달 18일 대구 달서구 감삼동 ‘더 포’를 찾은 조아린·로스 자매(왼쪽부터). <성서종합사회복지관 제공>

“안녕하세요? THE PHO(더 포) 덕분에 우리 가족 모두 행복한 식사 한끼를 할 수 있었습니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가족과 저녁에 모여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것이 작지만 큰 행복입니다.”(우즈베키스탄 출신 가족)

“신짜오! 우리 엄마의 고향 음식을 가족과 함께 먹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월남쌈이나 쌀국수 등 베트남 음식과 문화를 친구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어요.”(베트남 출신 가족)

“저는 대구 성서종합사회복지관에서 식습관 개선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요즘 아버지와 사이가 조금 멀어졌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함께 더 포에서 식사하며 사이가 좋아진 것 같아 기뻐요.”(루마니아 출신 가족)

지난해 8월부터 성서종합사회복지관(관장 김성수)과 베트남 음식전문점 ‘THE PHO’(더 포·대표 김현규)가 진행하고 있는 ‘다문화가정 외식지원사업’에 선정된 가족들이 식사 후 밝힌 소감이다. 다문화가정 외식지원사업은 다문화가정 가운데 모범적인 정착생활을 실천하는 네 가족을 매달 선정해 더 포 식사권(5만원 상당)을 전달한다.

지난달 18일 대구 달서구 감삼동 월드마크웨스트앤드 상가 내 더 포를 찾은 필리핀 결혼 이주민 로스·조아린 자매도 이 사업에 선정돼 식사권을 선물받았다. 자매와 동행한 친구들은 사골과 약재를 우려낸 육수에 고기·숙주 등을 곁들인 쌀국수와 다양한 베트남 음식을 함께 맛보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날 더 포에서 만난 김현규 대표(35)는 한국해양대를 졸업하고 무역선을 5년 정도 타면서 자연스레 세계의 문화와 음식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스웨덴·핀란드·일본 등 다양한 나라의 음식이 있지만, 동남아 음식이 가장 입맛에 맞았다”며 “쇠고기 쌀국수는 포 보(Pho Bo)라 불리는 베트남 대표 면 요리로, 낮은 칼로리와 담백한 맛 때문에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음식이다. 위에 부담을 주지 않아 숙취 해소에 그만”이라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또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라는 책에서 큰 감명을 받고 다문화가정 외식지원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170여㎡(35평)의 작은 책 대여점으로 출발해 카페·레스토랑·전시장 등을 갖춘 새로운 문화공간을 탄생시킨 마스다 무네아키 사장처럼 선진 외식문화를 주도하고 지역 주민과 상생하는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람이다.

최근 사회복지를 전공한 직원 3명을 채용했다는 김 대표는 “남이라도 바라보는 곳이 같고, 서로의 관심거리가 같고, 자신보다 상대를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사이라면 진정한 가족 공동체”라며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을 실천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15년 본점을 부산·경남지역에서 대구로 옮기면서 지역사회 공헌을 꿈꾸는 나눔 경영을 더욱 활발하게 실천하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홍보에 많은 돈을 투자할 게 아니라, 사회적 환원을 통해 기업이 건강해져야 한다. 나를 있게 한 부모님과 그 부모님의 부모님이 있듯이 고객과 직원, 사회공동체는 넓은 의미의 가족이다. 현재 연계된 6개 지역 복지관 이외에 대구지역 독거노인 및 저소득 가정, 장애우 외식지원사업을 계속 늘려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버트런드 러셀은 ‘행복의 정복’에서 ‘행복을 위해 정신의 내면에 지나치게 몰입하기보다 세상과 소통하고 사람들과 어울려야 한다’고 했다. 내 가족만 아끼고 사랑하는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다른 가족에게도 마음을 열고 정을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의 의미를 되새김질하고, 사랑과 소통의 장을 열어주는 더 포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김호순 시민기자 hosoo03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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