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서 채굴한 벤토나이트로 만든 친환경 화장품 호평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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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15 07:48  |  수정 2018-05-15 08:10  |  발행일 2018-05-15 제17면
■ 화장품제조업체 ‘아비라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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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성분으로만 이뤄진 천연비누 ‘아비라’에는 민감성 피부를 개선하기 위해 온힘을 쏟은 서인선 대표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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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제품 아비라 스톤즈 미네랄 파우더.


벤토나이트는 화산이 폭발할 때 생기는 미세한 화산재가 바다로 떨어진 뒤 해전에서 염수와 작용해 만들어진 점토질 광물이다. 칼슘, 철, 마그네슘, 포타슘, 망간, 게르마늄, 셀레늄, 규소 등 66종의 미네랄이 함유된 이 광물은 피부를 윤택하게 하고 유연성을 강화하는 효과를 낸다. 물을 섞으면 진흙으로 변하는 성질을 띠어 화장품으로 쓰기에도 적합하다. 이 벤토나이트는 경주 일부지역에 널리 분포한다. ‘아비라주식회사’는 이 지역에서 채굴한 벤토나이트로 친환경 화장품을 만들어 선보이는 회사다.

민감성 피부에 고생한 서인선 대표
직접 몸에 발라보며 연구개발 매진
천연성분 고집해 편의성 미흡하지만
입소문만으로 작년 매출 2억원 돌파


◆민감성 피부 개선 위해 제품 개발 나서

서인선 아비라주식회사 대표(57)는 어릴 적부터 유난히 몸이 약했다고 한다. 알레르기성 피부 질환 때문이다. 햇볕을 오랫동안 쬐면 피부가 가려워지고 심할 땐 딱딱하게 굳는다. 일부 생선이나 농작물은 만지기만 해도 탈이 나고 쇠붙이가 몸에 닿으면 두드러기가 난다. 몸에 걸치는 옷도 면 재질이 아니면 발진이 일어난다. 기온이 30℃만 넘어도 순면 재질의 긴팔 옷을 입어야 하고 음식도 가려서 먹어야 하는 탓에 외출하는 것도 사람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병원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특정약을 복용하면 그 약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났다.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 병원에서 약 성분을 씻어낼 때도 더러 있었다고 한다. 서 대표는 병원 치료를 거부하고 스스로 치료하려고 나섰다.

그는 “아픈 몸을 치유하기 위해 병원 치료를 받으면 몸이 좋아지는 게 아니라 더 나빠지다보니 자가치유법을 찾기 시작했다”고 했다.

서 대표는 대구 약령시에 약재를 알아보러 다녔다. 한방 책자를 구해 독학도 했다. 약재를 달여서 먹거나 빻아서 몸에 바르는 등의 노력 끝에 자신의 몸에 잘 듣는 것들을 추려냈다. 효과는 뛰어났다. 이 약재들을 쓰면 발진증상이 금세 가라앉았다.

서 대표는 이런 경험을 살려 사업체를 꾸렸다. 2011년 건강식품·건강기능식품 등을 유통하는 대일무역이란 업체를 설립했다. 자신처럼 피부질환을 앓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판매 역량이 부족해 매출은 거의 없었다. 그러던 중 벤토나이트에 대해 알게 됐다. 2012년 지인에게서 피부에 좋다는 광물로 만든 미용제품을 받은 것. 하지만 이 제품은 효과는 없었고 오히려 가려움증만 심해졌다. 서 대표는 그 미용제품에 벤토나이트 외에 다른 물질도 합성돼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

그는 “국내 연구 논문 자료를 통해 벤토나이트 자체의 피부미용 효과가 뛰어나다는 결과를 보고 벤토나이트 광물을 찾았다. 벤토나이트와 방사능 및 중금속 제거능력이 뛰어나고 피부 PH 농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주는 특성을 띤 제올라이트 광석을 캘 수 있는 경주 감포에 있는 광산에 찾아갔다. 광산 소유자에게 전후 사정을 설명하고 같이 사업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자극 받은 피부를 위한 천연성분 비누 개발

서 대표는 3년에 걸쳐 광산에서 채굴한 벤토나이트와 제올라이트 광물 등 천연물질로 미용제품을 만드는 데 온 힘을 쏟았다.

먼저 이 광물들을 배합하는 연구를 하면서 최적의 배합률을 찾아냈다. 시험 삼아 자신의 몸에 광물을 가루로 빻아 발랐는데 발진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광산에서 채굴한 벤토나이트와 제올라이트 광석은 국가지정 시험검사기관인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 검사를 의뢰해 유해물질 성분 불검출 판정을 받았다.

그는 “그때 민감성 피부인 저 자신에게 써보고 괜찮은 제품이면 남에게도 좋을 것이 분명하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서 대표는 파우더와 비누를 개발했다. 서 대표가 개발한 비누는 합성 계면활성제를 빼고 코코넛 오일에서 추출한 천연 글리세린을 섞은 천연 제품이다.

2015년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화장품 제조판매업 등록을 받고 같은 해 10월에는 특허청 상표등록을 마쳤다. 제품명은 ‘아비라(Avira)’로 정하고 그해 12월 상호도 아비라주식회사로 바꿨다. 아비라는 산스크리트어로 땅과 물, 불을 의미하는데 ‘천연 성분으로 화사한 피부가 된다’는 해석을 담아 이름을 붙였다고 서 대표는 설명했다.

제품의 우수성은 금세 인정받았다. 상품화 이후 서울의 한 면세점에 내놓았을 때 중년여성에게 인기를 얻어 입소문이 나고 인터넷 등에는 비누를 구매한 고객들이 쓴 추천 리뷰로 이목이 집중됐다. 덕분에 지난해 옥션과 G마켓, 11번가 등 오픈마켓에 입점하고 뷰티 방송 프로그램 GTV ‘은밀한 여우들의 수다’에도 소개됐다. 조달청에서 운영하는 창업·벤처기업 전용 온라인 상품몰인 ‘벤처나라’에 지난해 4분기 벤처창업혁신조달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매출도 크게 올랐다. 2014년 585만원에 불과하던 연매출이 지난해 2억3천만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니즈를 고려해 편의성을 높인 제품 개발은 더디다. 화장품에 화학성분을 함유하면 안 된다는 서 대표의 철학 때문이다.

그는 “주변에서 튜브에 담을 수 있는 액체비누나 거품을 많이 내는 폼클렌징 개발 권유를 받았는데 모두 거절했다. 보관에 용이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선 방부제나 화학물질을 함유시킬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천연 화장품이라고 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서 대표는 앞으로도 천연성분으로만 이뤄진 미용제품을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할 계획이다. 그는 “회사 운영에 재주가 없어서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제품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스스로 경험했듯이 세안조차 자극적일 정도로 피부가 예민한 사람에게 약이 되는 비누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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