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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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11 07:45  |  수정 2018-05-11 07:45  |  발행일 2018-05-11 제16면
[문화산책] 이 또한 지나가리라
천정락 (대구시립극단 수석단원)

성인(聖人)들의 명언을 좌우명처럼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내게도 가슴에 새기고 있는 몇 개의 문구 중 희망을 주는 문구가 있다면 바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다. 스타 부부의 반지에 새겨진 문구로도 유명하다. 다윗 왕이 전쟁에서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반지를 만들기로 하고 반지 세공인을 불러 “나를 위한 반지를 만들되 내가 승리에 취해 있을 때 교만하지 않고, 또한 큰 절망에 빠졌을 때 좌절하지 않으며 스스로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글귀를 새겨라”라고 명한다. 세공사는 어떤 글귀를 새길지 고민하다 결국 다윗의 아들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 부탁한다. 이에 솔로몬 왕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좌절과 불행이 찾아올 때 희망을 잃지 말며, 행운이 따를 때 겸손과 자만함을 경계하라는 의미다.

연극배우가 직업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신기하게 보거나 고개를 갸우뚱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렇게 힘든 일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들이다. 2년 전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술인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예술인 평균 연봉이 1천255만원이었다. 이러니 이해가 되지 않을 법하다. 사실 힘들고 왜 이러고 사나 싶을 때가 있었다. 혈기 넘치던 30대에 빚보증과 하던 일의 실패로 살던 집조차 날려먹고 월세 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시기였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지만 돌이켜보면 희망으로 절망을 극복해 이 또한 지나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 자만하지 않게 해달라고 주문처럼 기도하곤 한다. 행운이 따르더라도, 좋은 일이 없더라도 자만과 교만·불평은 독이 될 것이기에 늘 경계해야 한다. 싫은 일이든 좋은 일이든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지나가게 마련이다. 욕심이 과하면 재앙이 되고 좌절은 파멸을 부르게 된다. 좋은 일이 생겼다고 자만하거나, 힘든 일이 생겼다고 슬퍼하거나 포기한다면 우리 삶이 어떻게 될까.

정원사이자 농부로 평생 살아간 노르웨이 시인 올라브 하우게는 어린 시절 형들과 누이 세 명을 차례로 잃고 극심한 정신질환에 시달리며 정신병원에서 생활하기도 했지만 그는 정신적 고통을 이겨내고 참다운 삶에 도달하게 된다. 고난을 구원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힘든 시기에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바다에 많은 암초들, 그러나 그 암초 하나에서 너는 구원 받으리.”(바다와 암초)

겸손하며 포기하지 않고 매 순간 살아간다면 훗날 이 또한 지나가리란 말이 실감나게 다가올 것을 확신하며 오늘도 교만을 경계하자고 다짐한다. 기쁜 일보다 힘든 일이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주는 문구가 되길 기원한다. 천정락 (대구시립극단 수석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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