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홍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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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10 08:01  |  수정 2018-05-10 08:01  |  발행일 2018-05-10 제32면
[문화산책] 홍차 이야기
이귀영 <문화유치원장>

아침 햇살이 눈부시다. 오전 11시에 문을 여는 브런치 카페 앞에서는 젊은 남녀가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언제부턴가 앞산 아래 동네에는 하나둘씩 예쁘고 작은 카페들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나도 주말 아침이면 가끔 차를 마시러 간다. 바쁜 일상 속에서 가지는 힐링 타임이다.

기분 좋은 날이면 같이 간 사람에게 “홍차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아?” 하며 홍차를 권한다. 가끔은 홍차 이야기를 하다 점심시간을 넘기곤 한다. 그렇다고 홍차 예찬론자는 아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차를 좋아한다’는 영국 속담, 홍차는 실수로 만들어졌다는 설이 발효차인 홍차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한다. 18세기 이후 영국은 중국 푸젠성 우이(武夷)산에서 생산된 녹차를 수입했는데, 우이산에서는 소나무를 태워 녹차를 건조했으나 덜 건조된 나무를 태우다가 녹차에 연기가 밴 것을 중국인들이 멋모르는 영국인들에게 팔아넘겼다는 설이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홍차는 세계인이 가장 많이 마시는 차가 되었으니 오히려 감사할 일이다.

영국의 베드포드 공작부인의 간식에서 유래되었다는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는 요즘 우리나라 여성들도 즐긴다. 이는 1840년대 영국에서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티타임으로, 귀족들이 즐겨 마셨으며 오후 3시에서 4시 사이에 티푸드(Tea Food)와 함께 마시는 차를 말한다. 커피푸드라는 말은 없는 만큼 홍차는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주문한 홍차가 나오면 또 홍차 이야길 이어간다. “홍차 찻잔은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알아?” 하며 오래전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를 한다. 홍차 찻잔의 손잡이에 손가락을 걸면 권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모습과 유사해 매너가 없다고 영국 할머니에게 혼난 이야기다. 인상파 화가인 메리 카샛의 그림 ‘The cup of Tea’(1879), ‘The Tea’(1880)에서 세 손가락으로 홍차 찻잔을 잡은 여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홍차 찻잔은 차의 색 또는 밀크티의 색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흰색 도자기를 선호한다. 나의 홍차 이야기 마무리는 항상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차는 장소와 같이 마시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세계 최초의 다서(茶書)인 중국의 ‘다경(茶經)’에서 말하기를, 차를 마시기 적합한 사람은 정행검덕(精行儉德)한 사람이라고 하였다. 5월이 가기 전에 나도 바르고 단정하고 검소하며 겸허한 사람과 우아하게 홍차 한잔 마시고 싶다.이귀영 <문화유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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