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쉼표, 이야기 따라 포항여행] ① 월포역 개통

  • 임훈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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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08   |  발행일 2018-05-08 제15면   |  수정 2018-08-21
월포역 내리면 푸른 바다가 넘실…걸어서 2∼3분 거리에 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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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북구 청하면 용산 용두암에서 내려다본 월포리와 월포해수욕장 전경. 1천100m에 달하는 해수욕장의 백사장이 한눈에 보인다.

포항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문화관광의 도시다. 영일만 일원에 자리한 각각의 명소마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역사가 어우러져 있고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풍성하기 때문이다. 이에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은 포항의 문화관광 명소를 소개하는 ‘내 마음의 쉼표, 이야기 따라 포항 여행’ 시리즈를 연재한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그동안 잘 다뤄지지 않았거나 새로 생겨난 포항의 볼거리와 스토리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포항 곳곳에 숨어있는 명소를 찾아보고 그곳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끄집어내 독자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시리즈 1편에서는 동해선 철도(포항~영덕 구간)의 역사인 월포역과 그 주변의 이야기를 다룬다.

동해선 철도 포항∼영덕 구간 최근 개통
하루 왕복 14편이 운행돼 이용에 편리
구간 대부분 고가철도…모노레일 탄 듯

새로 지어진 월포역 외관·내부시설 깔끔
역 앞 월포리 중심가…편의시설 줄지어
남쪽 용산에선 해수욕장 전경 ‘한눈에’

#1.동해선 철도와 월포역

포항시 북구 청하면의 대표적 관광지인 월포해수욕장이 관광명소로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동안 월포해수욕장은 인근 해수욕장과 비교하면 대중교통이 불편한 편이었지만, 최근 동해선 철도 포항~영덕 구간이 개통하면서 접근성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포항역에서 가장 가까운 동해안 철도역인 월포역과 월포해수욕장의 거리는 불과 330m 남짓이다. 만약 동대구역에서 KTX 열차를 이용해 포항역에 도착한 후 동해선 무궁화호로 바로 환승한다면 열차여행만으로도 불과 1시간 만에 동해안 해수욕장에 다다를 길이 열린 것이다. 하루 왕복 14편의 열차가 포항과 영덕을 오가기에 월포역의 열차 이용도 편리하다.

철도를 이용해 월포해수욕장에 가려면 먼저 포항역으로 가야 한다. KTX나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포항역에 도착할 수 있다. 포항역 플랫폼에서 만난 동해선 영덕행(월포행) 무궁화호 열차의 외관은 친근하다. 열차는 옛 통일호와 통근열차를 개조한 RDC무궁화 디젤열차로 별도의 기관차 없이 박스처럼 생긴 형태인데 3량으로 구성돼 있다. 포항과 바다를 상징하는 형형색색의 래핑필름이 열차에 입혀져 있어 무척 화려한 모습을 자랑한다. 열차의 바깥쪽에는 포항국제불빛축제를 상징하는 그림과 포항의 특산물인 과메기 캐릭터 꽁이를 비롯해 문어, 호미곶해맞이광장의 상징 조형물인 ‘상생의 손’ 등이 그려져 있다.

열차 내부도 화려하다. 열차 벽면과 바닥에 호미반도해안둘레길, 포항의 야경 등이 그려져 있어 동해안을 찾는 열차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유혹하고 있다. 최근 개통한 철도 노선인 데다 여름 성수기 전이어서 아직까지는 평일에도 한적하고 평화로운 열차여행이 가능하다. 주말에는 단체관광객 등 꽤 많은 이용객이 포항~영덕 구간의 동해선 열차에 탑승한다.

포항역을 출발한 열차는 육중한 엔진음을 울리며 새로 부설된 동해선의 단선 철로를 내달리기 시작한다. 운행 구간 상당부분이 고가철도여서 열차에서 바라보는 주변 풍경은 마치 모노레일을 타는 것처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느낌이다. 열차 왼편으로 드넓게 펼쳐진 흥해 들판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 뒤로는 낙동정맥의 험준한 봉우리들이 그림처럼 어른거린다. 열차 진행 방향 왼편을 자세히 살펴보면 일제강점기 당시 일제가 부설하려던 동해선 철도의 흔적이 일부 목격된다. 일제는 조선의 물자를 효과적으로 수탈하기 위해 포항과 삼척을 잇는 철도를 부설하려 했지만, 1945년 태평양전쟁에서 패전하면서 철교의 교각만 남긴 채 한반도를 떠나버린 것이다. 과거의 아픈 역사를 뒤로하고 내달린 열차가 터널 2개를 통과하자 오른쪽 창으로 드넓은 동해바다가 제 모습을 드러낸다. 열차에서 동해를 감상하려는 찰나 월포역에 도착한다는 차내방송이 흘러나오고 월포역에 하차한다. 포항역을 출발한 지 불과 10여 분 만이다.

#2.월포해수욕장 내려다보이는 바닷가 철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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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선 포항~영덕 구간을 오가는 무궁화호 열차가 월포역에 정차해 있다. 열차에는 포항을 상징하는 형형색색의 래핑필름이 입혀져 있어 무척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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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포역 외부 모습.

월포역에 내리자마자 월포리와 월포해수욕장 앞으로 펼쳐진 동해바다가 보인다. 바다 내음 가득한 바람이 코끝을 스치듯 지난다. 저 멀리 항구의 빨간 등대와 넘실대는 파도가 이곳이 동해안과 접한 철도역임을 각인시켜 준다. 새로 지어진 역사답게 월포역 플랫폼은 매우 깨끗하다. 계단과 에스컬레이터 등을 통해 지하통로를 지나면 역 대합실이다. 대합실에는 승차권 자동발매기가 자리해 있으며, 카드와 현금으로 승차권 구매가 가능하다. 역사의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깨끗한 화장실과 수유방 등을 갖추고 있어 이용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최근에 조성된 역사답게 외관도 깔끔하다. 택시 승강장까지는 비를 피할 수 있는 통로가 있으며, 역 광장 한편에는 버스정류장과 주차장이 자리하고 있다. 역 앞은 바로 월포리 중심가다. 월포리를 남북으로 나누는 2차로를 2~3분만 걸으면 바로 월포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에는 편의점, 할인마트, 식당들이 줄지어 서 있다.

월포해수욕장은 여름철 피서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지만 대학생들의 MT 장소로 인기를 끌어왔다. 특히 월포역이 조성된 이후 월포해수욕장을 찾는 이들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해수욕장 주변 상인들의 말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대학생들의 단체 방문이 잦아지고 있다. 열차 여행의 낭만은 물론 해수욕장의 시원한 풍광까지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자가용이나 렌터카로 월포를 찾는 이들이 많았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대학생들이 소규모 모임을 치를 경우 열차 이용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한다. 상인들의 기대감도 크다. 월포해수욕장 입구의 한 횟집 주인은 “아직 큰 변화는 없지만 월포역이 생긴 이후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앞으로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타 지역의 관광객들도 월포를 많이 찾아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월포역에서 멀지 않은 포항의 유명 관광지도 있다. 보경사와 사방기념공원 등이 월포해수욕장에서 가까운 편으로, 월포역과 해당 관광지를 오가는 시내버스가 운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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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용의 전설을 간직한 해변

돛대와 아치 모양의 조형물을 통과하면 드넓은 백사장이다. 예전에 비해 그 규모가 줄어들긴 했지만 시원하게 탁 트인 주변 풍경은 여전하다. 월포해수욕장의 백사장 너비는 1천100m로, 1천750m 너비인 영일대해수욕장에 이어 포항에서는 둘째 규모이며 백사장 폭은 30m다. 포항시에 따르면 월포해수욕장의 최대 수용인원은 3만명에 달한다. 해수욕장답게 여름철 개장 때 사용하는 바다시청·여름파출소 건물을 비롯해 샤워장 등이 자리하고 있다. 그저 보이는 것이라곤 바다와 모래뿐이지만 바다의 낭만을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동해안을 따라 이동하는 자전거 동호인들도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산악자전거와 로드사이클에 이르기까지 형형색색의 다양한 자전거가 월포해수욕장 앞 도로를 지난다. 도로가 구불구불한 데다 적당한 고저차가 있는 한적한 해안도로는 자전거를 타기에 적합하다.

백사장을 따라 남쪽의 용두리 방향으로 한참 걸으면 나타나는 용산(189.8m)에서는 월포해수욕장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용산 초입에 자리한 청동기 시대의 고인돌을 지나 20여 분 정도 산을 오르면 장군바위로 불리는 용두암에 오를 수 있다. 용두암의 포토존에서 바라보는 월포해수욕장 전경은 감탄을 자아낼 만큼 장쾌하다. 동해바다가 드넓은 평야의 내부로 둥그렇게 들어와 있고 그 주변을 새하얀 백사장이 감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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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은 안타까운 전설도 품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아주 먼 옛날 월포리에 살던 유씨 부부에게서 범상치 않은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아이는 태어난 지 3일 만에 걸어다녔고 기골이 장대했다. 이를 두려워한 주변 사람들이 아이를 죽이라고 했고, 결국 부부는 아이를 죽이고 만다. 아이가 죽는 순간 산에 살던 용이 아이의 원혼과 함께 승천했고, 이후 마을 사람들은 이 산을 용산으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글=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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