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던 인체지방으로 金 2천배 이상 부가가치 창출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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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01 07:51  |  수정 2018-05-01 07:51  |  발행일 2018-05-01 제20면
■ 廢인체지방을 바이오 신소재로
버리던 인체지방으로 金 2천배 이상 부가가치 창출
연간 1천t에 달하는 폐인체지방의 재활용이 가능해짐에 따라 콜라겐·세포외기질·지방줄기세포·히알루론산 등을 추출하는 인체유래 바이오 소재 관련 재생의료산업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은 지방흡입시술로 발생한 폐인체지방을 이용해 재생의학용 소재를 추출하는 과정이다.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제공>

‘만병의 근원’ ‘비만의 상징’…. 일반적으로 지방을 일컫는 말이다. 지방은 열량이 높은 만큼 비만을 일으킬 위험이 높다. 너무 많이 섭취하면 혈액 속 지방 농도가 높아지면서 혈관벽에 지방 찌꺼기가 쌓여 혈액이 흐르는 걸 방해해 심장과 혈관에 병이 생길 수 있게 한다.

이처럼 건강의 적신호로 받아들여지던 지방이 새로운 바이오 신소재로 탈바꿈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지역주도 혁신성장을 위한 지자체 투자 프로젝트 지원방안’에 따르면 지방흡입술 등으로 발생한 폐인체지방은 지금까지는 의료 폐기물로 분류돼 전량 폐기했지만, 앞으로는 의약품 등 특정목적에 따라 재활용이 가능해진다.

인체에 재이식해 모형을 만들고 줄기세포를 채취해 질병 치료에도 활용된다. 첨단 재생의료 시대를 맞아 지방, 뼈, 피부 등 인체유래 자원을 이용한 바이오 소재 개발이 본격화되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동안 의료폐기물로 분류된 폐인체지방
콜라겐과 단백질·생체활성인자 다량 함유
최근 의약품·의료기기 개발에 재활용 허용

지방흡입술로 韓 연간 폐인체지방 1천여t
1ℓ서 콜라겐 600㎎ 추출…5㎎이 60여만원
이식용 뼈·연골·머리카락 등 생체재료 사용

첨복재단 인체유래바이오신소재개발센터
2016년 센터 구축 이어 관련장비 40종 완비
인체유래신소재·재생의료산업 영역 선점


◆금보다 2천배 이상 비싼 폐지방의 부활

최근 성형시술을 받는 사람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하 첨복재단)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2014년 기준 연간 2억5천만명이 6억회 이상의 성형시술을 받았고, 이 수치는 매년 2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77명 중 1명이 성형시술을 받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성형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지방흡입술은 연간 40~5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지방흡입술로 인해 연간 생성되는 폐인체지방은 우리나라에서만 1천여t에 달한다.

첨복재단 생체적합성평가팀 정봉수 박사는 “환경부 폐기물법에 따르면 현재 재활용이 가능한 인체조직은 태반뿐”이라면서 “폐인체지방 활용이 가능해지면 경제적·산업적 효과뿐 아니라 연간 1천t에 달하는 폐지방을 폐기하면서 발생하는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체 지방조직은 생명의 위협 없이 많은 양의 콜라겐 등 유효물질을 추출할 수 있는 유일한 인체유래 조직이다. 또 조직 재생에 관여하는 다양한 단백질과 생체활성인자가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예를 들어 폐인체지방에서 나온 콜라겐은 성형재료, 이식용 뼈, 연골, 머리카락, 인공혈관, 경막대용재 등 다양한 생체재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정 박사는 “지방 1ℓ에 600㎎의 콜라겐이 나오는 데 미국의 시약전문 다국적기업에서 판매하는 콜라겐 5㎎의 가격은 60만원이 넘는다”면서 “이는 금보다 2천배 이상 비싼 고부가가치”라고 덧붙였다.

◆콜라겐·줄기세포 등 활용분야 다양해

따라서 이번에 시행이 확정된 ‘폐인체지방을 활용한 의약품 개발 허용’은 고부가가치의 생체재료로 재활용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첨복재단은 2016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대구시의 지원을 받아 첨복재단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내에 폐인체지방에서 콜라겐, 세포외기질(ECM, Extra Cellular Matrix), 지방줄기세포, 히알루론산 등 여러 유효 성분을 추출할 수 있는 인체유래바이오신소재개발센터(70억원)를 구축하고 있다. 이 센터를 통해 폐인체지방을 활용한 소재공정 기술개발, 안전성 유효성 시험평가, 시제품 제작 등 인체유래 바이오 소재 관련 재생의료산업의 기반을 닦고 있다.

첨복재단 인체유래바이오신소재개발센터 내에는 고청정 클린룸과 함께 관련 장비 40종이 구축 완료됐으며, 이번 발표로 여러 기업이 콜라겐 및 탈세포화 ECM 추출, 창상피복제 개발, 바이오 의료용품 개발, 3D 바이오 프린팅용 잉크 개발, 이식용 인공장기 기본소재 개발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첨복재단은 2019년 상반기까지 소재공정기술개발부터 시제품 제작까지 필요한 장비 및 기반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현재 바이오3D프린터 전문기업인 로킷, 줄기세포와 바이오 소재분야의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한 아디포젤·프리스타기업인 오스젠 등이 첨복단지에 입주해 있으며, 폐인체지방을 활용해 재생의학치료 기술개발 등에 협력하기 위해 바로일성형외과가 입주해 있다.

실제로 첨복재단도 폐지방 사용에 있어 성형이나 재생의학 분야에서 활용도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면역성 문제가 없는 자가지방은 유방을 비롯해 신체 부위 재건술에 쓰이고, 성형외과에서는 콜라겐과 합성, 가슴·얼굴 등에 이식하는 성형술이 해당된다. 지방유래 줄기세포인 중간엽줄기세포를 활용한 연골세포 재생도 시도된다.

이희영 바로일성형외과 원장은 “면역거부 반응을 없앤 콜라겐과 자가 지방을 이용, 인체 각 부분에 이식하는 것이 가능하다”면서 “지방에 많이 있는 중간엽줄기세포는 성형과 재생의학 분야에 다양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첨복재단의 연구과제 시작부터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대구시는 후속 연구개발 착수와 기업지원 사업을 추진해 특화된 인체유래바이오신소재산업과 재생의료산업의 기반을 조성하고 관련 유망기업 유치와 함께 2024년 세계생체재료학회 개최를 계기로 생체재료분야 글로벌 메카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송규호 첨복재단 이사장직무대행은 “향후 3년간 인체 바이오소재 공정 가공처리, 생물학적 안전성 시험과 유효성 평가, 시제품을 만들어보는 3D바이오 프린팅 기술 개발에 주력할 예정”이라면서 “이번 규제 개선을 계기로 첨복단지가 인체유래바이오신소재산업과 재생의료산업의 메카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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