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인터뷰] TK출신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 이영란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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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22   |  발행일 2018-03-22 제7면   |  수정 2018-03-22
“안경테 산업은 세계 1등 안될까?…대구만이 잘할 수 있는 걸 키워야”
20180322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콜마 서울사무소에서 가진 영남일보와 인터뷰에서 경영철학 등 기업 경영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윤동한 회장=△1947년 경남 창녕 출생 △1965년 계성고 졸업 △1970년 영남대 경영학과 졸업 △1974년 서울대 경영대학원 수료 △1974년 대웅제약 입사 △1990년 한국콜마 설립 △2008년 수원대 경영학 박사 △2012년 올해의 CEO 대상 혁신경영부문 대상 △2012년 월드클래스 300 기업 선정 △2014년 국민훈장 동백장 △現 월드클래스300기업협의회 회장 △現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 △現 사단법인 서울여해재단 이사장

최근 재계는 전형적인 ‘흙수저’ 출신인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71)이 1조3천100억원의 매각가로 CJ헬스케어를 인수하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고희’에 새로운 모험에 뛰어드는 일이 많지 않은 데다가 화장품 ODM(제조업자개발생산) 전문 중견기업인 한국콜마가 대기업 계열사를 품은, 이른바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인 ‘승부수’ 때문이다. 재계에서 ‘약이 될지, 독이 될지 모른다’며 온갖 입방아를 날리는데 윤 회장은 담담한 표정이다. ‘우보천리’(牛步千里-우직한 소걸음으로 천리를 간다)로 압축되는 그의 경영철학을 차근차근 옮겨심겠다는 의지를 피력할 뿐이다. 그는 실제로 ‘토끼 걸음으로 백리를 가는 삶보다 소 걸음으로 천리를 가는 삶이 더 많은 가치를 담아낸다’는 어린시절 가졌던 좌우명을 한국콜마 운영에 접목시켜왔고, 20여년의 세월은 그 삶이 성공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의 새로운 도전에는 우려보다 기대가 모아진다.

CJ헬스케어 인수 승자의 저주?
몇년 지나면 그런 시선 바뀔 것


집안이 어려워 ‘명문’학교 포기
학벌 차별받아 경영인의 꿈키워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순 없어
지금하는 일 좋아해야 새 門 열려
창업은 철저하게 준비해야 가능


윤 회장은 경남 창녕에서 태어났지만, 계성중·고와 영남대를 졸업하는 등 어린시절을 대구에서 보냈다. 부인은 경북여고와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 약대를 졸업했으며, 작고한 장인은 그의 평생 멘토였다고 한다. 이같은 성장배경으로 그는 자수성가한 몇 안 되는 TK(대구·경북) 중견기업인 중 한 사람으로 분류된다. 그는 일찍 아버지가 별세하면서 장남으로 집안을 돌보면서 학업을 이어가야 했다. 원하던 곳에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순 없었던 것. 이른바 당시 ‘명문’이라고 할 수 있는 학교를 포기하고 고향에 남아야 했고, 되고 싶던 기자 또는 역사학자 대신 경영인으로 꿈을 바꿔세웠고, 결국 꿈을 이뤄낸 집념의 사나이로 기록되게 됐다.

그는 “대학졸업후 농협중앙회에서 일하면서 ‘학벌’로 차별을 받은 적이 있다. 참 괴롭더라. 그런데 그것이 계기가 됐다. 경영인이 되겠다는 꿈을 세웠다. 그 이후 직장생활에서 모두 경영인이 되는데 도움이 되는 쪽으로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실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젊은이들에게 “어른들이 모두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고 조언하는데, 그것은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인생은 그렇게만 살 수 없다. 오히려 지금 하는 일을 좋아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새로운 ‘문’이 열린다”고 조언한다.

재계가 주목하고 있는 그를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한국콜마 서울사무소에서 만나 그간의 소회와 경영철학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번 인수에 적지 않은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인수 배경과 그 의미를 설명해 달라.

“제약 산업은 오랜 시간을 두고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인수가 가장 빠른 길이었다. 물론 우리도 제약 산업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현재 한국콜마는 화장품, 제약, 건강기능식품 3개 영역의 ODM으로 구성되어 있다. 계열사 전체의 매출비중으로는 화장품이 50%, 제약 25%, 건강기능식품이 25% 정도다. 화장품뿐만 아니라 제약과 건강기능식품의 비중도 높여 3개 사업군을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자 인수를 추진하게 됐다.”

▶그러나 승자의 저주 우려도 있는데.

“우리가 잘해야 한다. 못한다면 그런 소리가 나올 수도 있겠지. 하지만 몇년만 지나면 그런 시선을 바꿀 것이다. 자신있다. 지켜봐도 좋다.”

▶잘나가던 직장인이 왜 기업을 창업하게 됐나? 기업 경영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평소에도 늘 꿈이 있어야 삶이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1970년 당시 최고의 기업이던 농협 간부사원으로 입사해 5년을 재직하면서 ‘기업인’의 꿈을 꾸게 됐다. 사실 농협에서는 지방대생이라는 한계에 부딪혔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창업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꿈을 가진 후부터 꿈을 향해 다가가는 삶을 살았다. 이후 기업인으로서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니, 다양한 영역의 업무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경험을 실현하고자 농협을 나와 당시 중소기업이었던 대웅제약에 입사했다. 중소기업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업무를 경험해 볼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대웅제약 영업, 관리, 생산 부문에서 요직을 거친 후 최연소 부사장까지 올랐다. 부사장의 위치까지 올랐을 때 외국계 제약회사 CEO 등 좋은 제안이 이어졌지만 모든 제안을 거절하고 창업을 택했다. 내 꿈은 ‘기업가’였기 때문이다.”

▶한국콜마가 지금은 중견기업으로 우뚝 섰지만, 우여곡절도 많았을 것 같다.

“기업 초기에는 매출이 늘어나고 좀 더 확장을 거듭하다 보면 자금이 부족해진다. 기업 매출이 늘어난다면 좋지만, 경영자 입장에선 당장 돈을 받는 게 아니라 원자재를 사서 상품으로 만드는 시간, 즉 회수되는 기간이 필요하다. 그 기간 동안 자금을 조달해야하는데 그게 정말 힘들었다. 당시 우리같은 조그마한 기업은 은행에서 대출을 안 해줬다. 우리는 이를 위해 계약금을 받았다. 당시에는 OEM 업체도 계약금을 받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를 받아내기 위한 ‘논리’를 개발해냈다. 당시 주문 업체에 ‘우리는 시장에서 파는 제품이 아니라 주문생산품이다. 양복을 맞출 때도 다 선금을 주는데 왜 우리는 선금을 못 받는가’라고 따졌다. 그 논리가 먹혀들어가면서 계약금을 받기 시작했고 숨통이 트였다.”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역사는 회사 경영에 지혜를 전해주는 지침서다. 역사 속 인물들이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를 고민하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 순간 현재의 고민에 답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특히 역사 속 인물은 리더십을 통해 경영 전략을 배웠다. 다산 정약용, 연암 박지원, 충무공 이순신과 같은 역사 속 인물들이 쓴 책이나 전기를 주로 읽었다. 직접 경험하고 객관적인 사실을 통해 정확한 판단과 해답을 끌어내는 정약용의 실사구시는 연구개발 중심의 한국콜마를 만드는 밑바탕이 됐다. 박지원의 혁신정신은 제품을 선도적으로 개발하고 품질을 한 단계 높이는 필수적인 가치로 작용했다. 최근에는 이순신의 리더십에 대해 공부하는 중이다. 이순신 장군의 자(字)를 딴 ‘서울여해(汝諧)재단’을 설립하고 ‘이순신학교’를 운영하는 것도 이순신 리더십을 중소 중견기업 리더들이 배우고 지혜를 얻길 바라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회장 명함도 좋지만 ‘이순신학교장’이 찍힌 명함이 더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독서 경영·애국 경영도 화제다.

“직원들이 인문학 소양을 쌓을 수 있게 우리 기업은 ‘KBS(Kolmar Book School)’ 독서 장려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전 직원이 1년에 6권의 책을 읽고 독서감상문을 제출하는 것이 핵심이다. 2006년부터 정례화한 이후 현재까지 독서감상문 등록건수는 4만여건에 이른다. 그런 거 보면 우리가 좀 유별난 회사가 맞다. 매월 직원 조회때 애국가를 부른다. 다른 곳은 사가를 부른다는데 우리는 1월에 1절, 2월엔 2절 이런 식이다. 안하는 달도 있다. 3월에는 3·1절 노래, 6월에는 6·25노래 부르고 8월엔 광복절 노래를 부른다.”

▶자기 관리 방법이 있나.

“남들보다 특별한 건 없다. 다만 ‘하고 싶은 것을 억제하는 힘’이 있다고 자부한다.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사는 건 자기관리가 아니다. 스포츠가 왜 인기가 있나.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뛰어나게 잘하는 사람이 프로 선수가 되는 것 아닌가. 뛰어나게 잘하려면 연습에만 몰두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쉬고 싶은 욕망을 억제하고 연습만 하는 그런 힘. 다들 어렸을 때 만화책을 즐겨봤을 것이다. 숙제 해놓고 봐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서 혼나지 않았나(웃음). 요즘 젊은 세대가 그런 대상을 찾길 바란다.”

▶대구지역 경제가 수십년째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조심스럽지만 대구는 대구만이 할 수 있는 사업을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왜 서울과 똑같이 가려고 하나. 대구만 잘할 수 있는 것이 분명이 있을 텐데 그걸 키워내지 못한 것이다. 섬유 산업이 잘 됐다면 이를 잘 살려 패션으로 넘어갔어야 했지만 결국 없어져버렸잖나. 대구 사과 역시 마찬가지다. 대구만이 잘할 수 있는 걸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 다 없어졌으니까 안타깝다. 지금도 안경테는 대구가 잘하지 않나 . 안경테 산업은 전 세계 1등이 될 수 없을까. 대구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발전시키는 게 우선이라 생각한다.”

▶창업을 꿈꾸는 젊은 층에도 조언한다면.

“창업은 도피처가 아니다. 일자리를 못 구한다고 창업하면 된다? 무서운 이야기다.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정말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평소 기업 경영에 대한 꿈이 있어야 창업도 할 수 있다. 절대 쉽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담=이영란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yrlee@yeongnam.com

사진·정리=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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