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구 도시재생 지오그라피 그리자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8-03-14   |  발행일 2018-03-14 제29면   |  수정 2018-03-14
[기고] 대구 도시재생 지오그라피 그리자
배기표 (미국공인회계사)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자서전 ‘추억’에서 어린 시절 담장에 조그맣게 뚫린 구멍 사이로 모르는 아이가 건네준 낡은 토끼인형을 받은 경험을 나누었다. 시를 쓸 때마다 낯모르는 아이의 조건 없는 그 선물이 인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바꾸었고, 자신의 시도 그런 따뜻한 선물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느끼는 친밀감만큼 근사한 것은 없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랑을 느끼는 것은 우리 삶을 지탱하는 불이다. 그러나 우리가 모르는 낯선 사람들의 사랑을 느끼는 것은 더 위대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 우리의 잠과 고독을 지켜보고 우리의 위험과 약함을 지켜 주는 그런 사람들로부터 오는 사랑을 느끼는 것은 우리의 존재 범위를 확장시켜주고,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하나로 묶어 준다. 이 선물 교환은 나로 하여금 처음으로 모든 인간은 하나라는 소중한 생각에 눈뜨게 했다.’

필자는 얼마 전, 대구의 한 중견 기자가 쓴 ‘대구 지오그라피’란 책을 밤새워 읽었다. 이 책은 대구의 역사와 문화 그 안에 살아있는 우리 삶의 스토리를 담았다. 그 책에서 대구를 살아온, 그리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따뜻한 친밀감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문득 서울에 살면서 고향인 대구를 사무치도록 그리워하고 있는 나에게 조건 없는 아름다운 선물처럼 다가온 것이다. 특히, 필자는 이 책에서 대구의 도시재생화를 위한 전략적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대구시민과 대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열린 플랫폼에서 ‘대구 도시재생 지오그라피’를 함께 그리자는 것이다. 획일적인 아파트 숲 속에서 벗어나 다양한 대구의 스토리들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함께 만들어 나가자는 적극적 의지인 것이다. 도시재생의 목적은 건물이 아닌 우리 시민의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행복스토리에 있음을 기억했으면 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에 따라 그동안 쇠퇴했던 대구에 도로·공원 등 도시기반 정비, 건축물 리모델링, 첨단산업단지 조성, 역사적 경관 보전·복원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한 기본적 도시재생화 사업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도시재생화 사업을 지속가능하게 성장시키려면 경제 중심지역, 산업·상업지역, 역사·문화지역, 주거지역 등 모든 곳에 대구의 고유한 정체성이 담긴 스토리가 서로 씨줄과 날줄로 엮여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대구의 자원과 역량이 주민들의 사랑과 열정으로 함께 모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결국 대구를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 통합해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구만의 스토리는 무엇인가. 필자는 ‘대구 지오그라피’에서 얻은 하나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자 한다. 그것은 대구의 자연지리가 엄청난 보물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돌강, 너덜, 판상절리, 탑바위가 있는 비슬산은 빙하기 자연학습장이며, 신천 등 10여 곳에서 나온 공룡 발자국 화석 등으로 볼 때 대구 전체가 사실상 야외 자연사 박물관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하나의 도시재생 스토리를 엮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대구 시민들은 알고 있는가. 대구는 고대 성읍국가 시대 원형을 간직한 달성토성이 있으며, 금호강 누정을 중심으로 꽃피운 강안문학이 있으며, 경상도 임란 의병의 중심지이기도 하다는 것을. 그리고 2·28민주운동을 통해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도 이바지했다는 것을. 너무나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우리 대구만의 스토리가 시민의 관심과 발견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바쁜 일상과 무뎌진 감각으로 사랑하는 도시 대구 곳곳에 있는 보물을 보지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도시재생화사업은 어쩌면 우리에게 숨겨져 있는 선물을 발견하는 작업일지도 모른다. 대구만의 행복스토리가 담긴 선물을 모두 함께 발견하고 가꾸어 나가길 소망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대구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로드맵인 ‘대구 도시재생 지오그라피’가 아름답게 그리고 창조적으로 그려질 것이다.

배기표 (미국공인회계사)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