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투운동, 도덕성 회복의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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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13   |  발행일 2018-03-13 제29면   |  수정 2018-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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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진 좋은학교바른교육 학부모회 대구지회장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정무비서인 김모씨가 안 전 도지사에게 성폭행을 수차례 당해 왔다는 사실을 폭로하면서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고은 시인이나 이윤택 연출가, 조민기씨의 일탈보다 훨씬 충격적이다.

안 전 도지사의 있을 수 없는 범죄행위에 온 국민이 분노하고 실망스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이 진보, 보수의 논리로 ‘미투운동’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 정략적 도구로 미투운동을 악용함으로써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유불리를 따져 본말을 흐리게 해선 곤란하다는 말이다.

안 전 도지사의 그릇된 행태를 비롯해 최근 드러나고 있는 미투운동은 사회에 만연한 권력형 집단의 갑질성 성폭력이나 다름없다. 검찰 조직에서 촉발된 미투운동은 우리 사회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미꾸라지 몇 마리가 흙탕물을 일으키듯 개인의 일탈로 인해 조직 전체가 성폭력집단으로 매도돼선 안 된다. 그렇다고 안 전 도지사에게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 모 당의 대표가 성폭력, 성추행 범죄를 두고 “좌파가 더 많이 걸렸으면 좋겠다”는 등의 발언을 해 구설에 올랐다. 사실 성폭력, 성희롱에는 좌·우파가 없다. 우파 역시 성희롱과 성폭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어둡고 투명하지 않은 곳일수록 성범죄는 만연하다. 과거의 사건을 굳이 하나씩 들춰내지 않아도 정치권이 함께 성찰하고 반성할 일인데, 공당의 지도자가 마치 ‘너도 걸렸으면 좋겠다’라고 하는 식의 발언을 하는 것은 유치하기 짝이 없다.

미투운동의 불길이 이제 곧 여의도 정가로 번질 모양새다. 벌써 몇 건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그곳 또한 안전지대가 아니다. 이제 와서 ‘펜스 룰’을 친다고 과거의 행각을 감출 순 없다. 각자 가슴에 손을 얹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지 묻고 싶다. 과거에 정치권에 몸담았던 한 인사의 최근 발언을 미뤄볼 때, 여의도 정가 역시 성범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궁중비사가 더 재미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치인과 연예인이 가십의 대상이 되는 건 공인이기 때문이다. 공인일수록 ‘신독(愼獨)’을 갖춰야 할진대 미투운동이 자신의 행위를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의 보호와 재발방지를 위한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본다. 또한 ‘미투운동’으로 인해 정작 개헌이나 한반도 문제, 동계올림픽의 성과, 민생 관련 정책들이 뒷전으로 밀려나서는 곤란하다. 언론 역시 말초적이고 선정적 보도로 시청률 높이기나 부수 늘리기에만 혈안이 돼선 곤란하다. 시청자와 독자도 가짜뉴스를 구별할 줄 아는 혜안이 필요하다. 죄 없는 사람까지 마녀사냥으로 희생돼선 안 된다는 말이다. 정치권의 매터도에 의해 진실이 가려져선 안 된다. 이럴수록 진실과 사실에 근거한 공정보도가 필요하다.

4월 초엔 박근혜 전 대통령 선고공판을 비롯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소유 관련 사건 등이 줄지어 있다. 미투운동을 정쟁의 도구로 삼아 나라 전체를 혜흔들려는 세력을 경계해야 한다.

목숨을 걸고 폭로를 한 피해자의 마음을 치유하고 이들을 보호해 줄 울타리도 제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정치·경제·문화 권력자들이 성을 이용해 갑질을 하는 풍토는 마땅히 처벌하되 진실을 가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엄격한 잣대로 보면 성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지방선거를 앞두고 성폭력을 정쟁의 도구로 악용해선 안 된다. 이번 선거에 출마자들의 성 이력 문제를 집중 검증하고 각 당이 출마자에 대해 성 문제 관련 제보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어떨까 싶다.

권력형 갑질의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반짝 미투로 끝날 것이다. 이번 미투운동이 도덕성 회복의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전해진 좋은학교바른교육 학부모회 대구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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