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서公 향사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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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12   |  발행일 2018-03-12 제29면   |  수정 2018-03-12
[기고] 이서公 향사 유감
송은석 대구시문화관광 해설사회 사무국장

지난 2일 대구시 수성구 상동교 인근 이서공원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 전 매년 반복되던 신천 범람이라는 수해에서 대구를 구해낸 대구 판관 이서를 기리는 향사였다. 이서공은 제방을 쌓아 신천의 범람을 막았다고도 한다.

현재 이서공원 내 이공제비각에는 모두 3기의 비가 있다. 정면에서 마주 보았을 때 왼쪽의 2기가 이서의 비이며, 오른쪽의 1기는 역시 신천 치수에 공이 있었던 대구 군수 이범선의 송덕비다. 이 두 송덕비의 주인공 중 판관 이서의 공덕을 기리는 제사가 바로 이서공 향사다. 본래 이 향사는 근세에 들어 방천시장 번영회에서 행해오던 것을 지금은 대구시 수성문화원에서 주관해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2017년부터 이서공 향사에 큰 변화가 있었다. 이서공 향사가 속제에서 향사로 새롭게 자리매김했다는 점이다. 사실 그 이전에도 이 행사의 정식 명칭은 이서공 향사였다. 하지만 실제 제상차림과 행례절차는 향사가 아닌 속제를 따랐다. 다시 말해 서원 향사가 아닌 일반 가정집 기제사의 예법을 따랐다는 것이다. 이에 필자는 이서공 향사 주관기관인 수성문화원에 이서공 향사 봉행 시 향사의 예법을 적용해 줄 것을 건의했다. 이에 대해 수성문화원에서는 전문가들의 검토과정을 거쳐, 2017년부터 비로소 속제가 아닌 향사 형식으로 봉행하게 된 것이다. 참고로 2018년 향사에서는 필자가 집례를 맡았다.

일반적으로 제사는 신령이나 혼령에게 술과 음식을 올리며 정성을 나타내는 의식이다. 조선 전기 조선의 국가예법을 집대성한 국조오례의에는 제사의 종류를 4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하늘 신에 대해서는 ‘사(祀)’, 땅 신에 대해서는 ‘제(祭)’, 사람 신에 대해서는 ‘향(享)’, 문선왕공자에 대해서는 ‘석전(釋奠)’이라 했다. 이 중 이서공 향사와 관련 있는 것은 ‘향’이다. 그런데 ‘향’에는 조건이 있다. 바로 특별한 자격을 갖춘 사람 신, 즉 성인·현인·군자쯤 되는 사람 신에 대한 제사를 ‘향사’라고 한다는 것이다.

향사는 일반 기제사와 여러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우선 제기가 완전히 다르다. 화려한 문양의 황금빛 유기로 만들어진 보·궤·작, 나무 또는 대나무로 만든 변·두·조 등이 그러하며, 수저 또한 사용하지 않는다. 제기가 다른 만큼 그것에 담기는 제수 또한 다르다. ‘성(腥)’이라고 하여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생고기와 익히지 않은 곡물·채소·생선·육포 등을 사용한다.

제사 절차 역시 차이가 있다. 일반 기제사와는 달리 술잔을 올리기 전에 먼저 신에게 선물 ‘폐백’을 올리는 절차가 있다. 그리고 초헌관이 제상 앞으로 나아가 신이 내려주는 술인 복주를 받아 마시는 음복례라는 절차도 있다. 또한 초헌·아헌·종헌 때 매번 헌관이 절을 하는 것이 아니라, 3번 잔을 올리는 삼헌을 모두 마친 뒤에 3명의 헌관이 한꺼번에 절을 한다는 차이가 있다. 끝으로 망료례라는 절차가 있다. 이는 기제사에서 지방과 축문을 태우는 절차와 유사하다. 향사에서는 폐백과 축문을 ‘감’이라는 곳에 태우고 묻는다.

이렇듯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이서공 향사의 전통. 그렇다면 이서공 향사의 의의는 무엇일까. 아마도 백성의 편에 서서 어진 정치를 베푼 목민관은 죽어서도 백성들로부터 잊히지 않고 영원토록 기림을 받는다는 것이 아닐까.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세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부디 200년 전 대구 판관 이서처럼 지역민들로부터 오랫동안 칭송을 받을 수 있는 그런 목민관이 나왔으면 좋겠다.

끝으로 매산 홍직필이 쓴 이서공 묘지명에 ‘대구에 부임해 녹봉을 출연, 제방을 쌓고 홍정을 오르내리니 고을 사람들이 이를 일러 이후언이라 했다’라는 내용이 있다. 말하자면 이서가 제방을 수축한 다음 그곳에 ‘홍정(虹亭)’이라는 정자를 짓고, 수시로 오르내리며 치수와 함께 고을의 풍속을 살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신천 변 적당한 곳에 이서공의 홍정을 상징하는 정자를 하나 건립하면 좋겠다. 신천은 대구의 명당수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신천 변에는 제대로 된 정자 하나 없다.송은석 대구시문화관광 해설사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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