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평창 ‘되는 팀 vs 안되는 팀’

  • 윤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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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3   |  발행일 2018-02-23 제22면   |  수정 2018-02-23
[미디어 핫 토픽] 평창 ‘되는 팀 vs 안되는 팀’
김보름 선수가 지난 20일 기자회견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계주에서 5명이 금메달을 따서 개인전보다 5배나 기쁘다. 서로 믿었고, 국민도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이룰 수 있었다.”

지난 20일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천m 계주에서 우승 후 최민정이 밝힌 소감엔 ‘팀은 하나’라는 정신이 짙게 배어있었다. 함께 뛴 김아랑은 다른 팀 선수보다 한 바퀴를 더 달리며 교대시간을 확보했다. 5바퀴를 남기며 띄운 승부는 적중했다. 초반 뒤처진 레이스가 이내 2위로 치고 나갈 수 있었다. 팀 승리를 위해 모든 상황을 대비해 연습한 결과다. 김예진도 마찬가지다. 선수촌 방에서 혼자서 다음주자 밀어주는 훈련을 했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했다. “언니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

감동을 주는 건 메달이 아니다. 메달을 목표로 흘린 땀과 눈물에 박수를 보내며 격려하는 것이다. 자신과의 힘든 싸움을 이겨내고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모습에 환호하며, 그것이 스포츠를 즐기는 이유다. 팀 경기에선 팀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 이런 장면이 보이질 않으면 감동은커녕 분노가 쏟아진다. 스피드스케이팅 한국여자 팀추월 경기가 그랬다.

3명이 한 팀을 이뤄 달리는 경기인 팀추월은 맨 마지막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하는 기록으로 순위가 가려진다. 그러나 결승선을 앞두고 김보름과 박지우는 폭주기관차처럼 질주했고, 노선영은 두 선수에 한참을 뒤처진 상태서 피니시라인에 들어왔다. 8개팀 중 7위로 준결승에 실패했다. 문제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네티즌은 “앞만 보고 달릴 거면 개인경기만 뛰지 팀추월엔 왜 나오냐. 자꾸 응원소리 때문에 의사소통이 안됐다고 하는데 다른 팀은 어떻게 했나. 남자팀은 엉덩이 밀어주고 잘만 하던데” “경기 이후 결과가 안 좋았을 때 제일 괴로울 팀원을 나머지 팀원이 외면했다는 사실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 올림픽 망신이다”며 질타했다.

외신들도 팀워크 문제를 다뤘다. 캐나다 더 글로벌 메일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의 배신이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장면’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썼다. 이 매체는 “엘리트 스포츠에서 약자를 괴롭히는 기분 나쁜 이야기가 TV로 중계됐다”고 설명했다. 영국 BBC는 “팀원을 괴롭힌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2명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해달라는 한국 국민 청원이 35만명을 넘어섰다”고 지난 20일 보도했다.

사태가 확산되자 김보름과 백철기 감독이 기자회견을 열고 해명했다. 하지만 노선영이 이들의 기자회견 내용에 반박하며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국민의 오랜 염원으로 성사된 평창올림픽에 지우고 싶은 오점이 남았다.

윤제호 뉴미디어본부장 yoon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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