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4차 산업혁명과 공영형 사립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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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3   |  발행일 2018-02-23 제22면   |  수정 2018-02-23
노동시장 양극화 심화 우려
혁신은 불확실성 높은 영역
엔진 되도록 많이 확보해야
대학진흥정책도 수도권서
거점국립대 등으로 확장을
20180223

세계 주요 선진국들 간에 소위 ‘4차 산업혁명’을 둘러싼 경쟁이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벌어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제조업의 역량을 강화하면서 글로벌 플랫폼을 선점하는 동시에 사물인터넷, 무인자동차, 3D프린팅, 그리고 인공지능 분야를 새롭게 선도하려 하고 있다.

각국이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려 하지만, 오히려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되는 ‘노동의 종말’이 올 것이라는 불안한 전망도 줄을 이었다. 2013년 프레이와 오스본느가 미국의 일자리 47%가 기계로 대체될 것이라는 예상을 시작으로 미래 전망들이 나왔다. 반면 업무와 직업을 구분해서 볼 때, 곧장 직업의 대체로 이어지는 경우는 일부일 뿐이고, 업무들이 기계로 대체됨으로써 직업 내에서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게 될 것이라는 반론도 이어져 왔다. 이렇게 예측하면 세계적으로 평균 9% 정도의 일자리가 자동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프로그래밍 가능한 중간 수준의 반복(routine)업무가 자동화에 가장 취약하다는 점이다. 종합적 인지능력을 필요로 하는 고급노동과 소비자 혹은 다른 작업자와의 상호 교류·협력이 필요한 영역은 자동화하기 어려운데, 재교육을 통해 고급화할 수 있는 비율보다 단순 서비스영역으로 노동력이 하향 집중해서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보면 각국의 대학교육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문제는 교육의 질이다. 한국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은 일찍부터 있어 왔으나, 원인을 주로 대학의 노력 부족에서 찾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러나 교육에 대한 투자 없이 최고 양질의 결과만 기다리고 있는 사회의 인식에도 문제가 있다. 노동시장의 수요자인 기업영역에서 대학에 기부 혹은 장학금으로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는 가뭄에 콩 나듯하다. 인적자본의 축적에 비용 지불이 전혀 없는 한국의 노동시장 구조는 분명 ‘시장의 실패’에 해당한다.

‘시장의 실패’에 대해서는 사회가, 국가가 불가피하게 개입할 수밖에 없음을 경제이론은 강조하고 있다. 실제 유럽에서는 국가가 초중등 교육은 물론 대학교육까지 국가재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해 사립대학에 대해서도 ‘정부의존형 사립대학’이라 해서 국가의 지원이 제도화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학교육에 관해서는 ‘수익자 부담원칙’의 인식이 강한 상태다.

현재 고등교육재원에서 GDP 대비 높은 민간부담 비율이 1.5%, 정부부담 비율은 0.8%인데 OECD 평균은 각각 0.4%, 1.2%여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또 고등교육 재정규모는 정부예산 대비 2014년 1.73%, 2015년 GDP 대비 0.47% 수준으로 GDP 대비 1.1%가 되기 위해서는 8조8천46억원의 추가적인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 혁신의 주체가 될 인적자본에 대한 이러한 투자 실태로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가의 명운을 걸고 벌어지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진입을 둘러싼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도저히 불가능하다.

또 하나 인식해야 할 것은 혁신은 불확실성이 높은 영역이라는 점이다. 흔히 벤처기업의 성공률이 10% 미만이다. 따라서 지금은 국가적으로 혁신의 엔진을 가능한 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 정부도 종래 대기업 중심의 성장전략을 중소·중견기업과 신생창업기업, 사회적기업, 수도권을 넘어 지역 등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국민적 혁신성장체계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국가의 대학진흥정책도 수도권 일부 대학에서 (거점)국립대학, 그리고 사립대학까지 확장할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이 지방대학의 대학원이 죽어가고 있는 현실에서는 산학협력을 통해 기술을 개발하는 자체도, 또 졸업 후 산업체의 일자리로 옮겨가는 산학협력과 일자리 창출의 연계과정이 도저히 작동할 수 없다. 물론 국가재정을 투입하는 ‘공영형 사립대학’ 체계에는 그만큼 건실한 사립대학이란 조건이 있어야 하고, 현재 사립대학 법인들의 운영의 난맥상을 감안한다면 그에 대한 방지장치도 필요할 것이다. 또 선정에 투명하고 엄정한 기준과 과정 관리가 필요할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김재훈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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