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학의 문화읽기] 대구시민주간, 시민임을 자랑스럽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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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3   |  발행일 2018-02-23 제22면   |  수정 2018-02-23
대구동구문화재단 상임이사·문학박사
시민주간 의미 극대화 위해
국채보상운동·음악도시 등
시민정신 분명히 정립해야
대구시 직접 나서는 것보다
관련단체의 활동 지원하길
[문무학의 문화읽기] 대구시민주간, 시민임을 자랑스럽게 해야

21일부터 28일까지가 2018 대구시민주간이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주간이 되는데 올해는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 작년 9월 신암선열공원의 국립묘지 승격, 10월 국채보상운동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올해 2·28민주운동의 국가기념일 지정 등 그 역사적 의미가 새롭게 자리매김됐기 때문이다. 대구시민 모두가 긍지로 생각할 수 있는 일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유가 어디에 있었던 이제 바른 자리를 찾았으니 그 의미를 깊이 새기고 그 정신들이 대구 사람들의 가슴에 새겨지도록 하는 일이 남았다.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난 2월21일에 시작해 2·28민주화운동이 시작된 28일까지 ‘대구시민정신 세계로, 미래로!’라는 슬로건 아래 시민주간을 지정한 것은 그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대구정신 발견 △대구만의 강점 발굴을 통한 자긍심 고취 △흥과 끼가 넘치는 대구시민의 예술성 발휘라는 세 가지 주제로 시민들이 듣고 보고 함께 알아가며 즐기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다. 나름대로 의미도 있고, 그 목적이 있긴 하지만 그것들이 대구시민정신으로 어떻게 모여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봐야 할 여지가 있다.

먼저 ‘대구시민정신 세계로, 미래로!’라는 슬로건을 살펴본다. 일단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한 발만 더 들어가면 대구시민정신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국채보상운동 정신, 2·28민주화운동 정신, 이런 것들이 대구 정신이 분명하지만 그 정신을 담아내는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 이미 대구시가 원탁회의 등을 통해 대구시민정신의 개념을 분명히 정립하려고 시도한 바 있지만 이런 노력을 계속해서 결실을 거두어야 한다.

슬로건 아래 첫 주제가 ‘대구정신 발견’이다. 슬로건에 대구정신이라고 하고, 주제에서 그 정신의 발견이라고 하니 어색한 감이 없지 않다. 대구시민정신의 개념을 분명히 정립하고 그것을 녹여내는 행사를 기획하는 것이 바른 순서다. 국채보상운동이 가지는 나눔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나눔의 장’을 연다고 하는데 국채보상운동의 정신도 ‘나눔’이 먼저는 아니다. 이어지는 행사를 통해 ‘함께’ 가겠다는 의미가 읽히기는 하지만 오해를 부를 위험이 있다.

그다음 ‘세계로’라는 부분. 대구가 문화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의 유네스코 등재와 음악창의도시 선정이다. 국가적 어려움을 시민의 힘으로 극복하자는 위대한 정신이 숨어 있는 국채보상운동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위대한 유산이다. 그 기록물의 가치를 세계가 인정한 것이다. 따라서 그 정신을 계승하는 방안에 대해 충분히 연구하는 주간이 되도록 하는 게 좋겠다.

음악창의도시 선정은 대구시민주간의 슬로건 ‘미래로’에 매우 합당한 콘텐츠다. 대구가 음악적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해서 대구문화 발전의 디딤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내년부터 대구시민주간에는 음악창의도시가 어떤 것인지 시민들이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기획이 필요하다. 세계로 미래로가 말만이 아닌 그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한다.

대구시민주간의 의미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대구정신의 개념 정립과 그 가치 확산을 위한 방안을 찾는데 시민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 방안으로 최근 발족한 대구학연구센터,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대구예술계 등이 더욱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시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보다 관련 단체들이 행사를 기획하고 시민 참여를 유도해 시민 스스로가 대구시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민주간 지정의 진정한 의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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