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간호사들 내모는 열악한 현장, 왜 개선 못하나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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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2   |  발행일 2018-02-22 제31면   |  수정 2018-02-22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며칠 전 또 꽃다운 신참 간호사가 사망했다. 격무와 선배 갑질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투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간호사의 사망은 간호업계의 훈육 문화인 ‘태움’과 관련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영혼이 재가 되도록 태운다’의 줄임말 태움은 병원에서 선배 간호사들이 후임을 가르치는 혹독한 훈육 방식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민청원이 수십 개 올라와 있고 더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청원 제목은 ‘간호사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태움, 선후배 간 갑질 처벌 의무화’ ‘간호사 태움 없애는 방법’ ‘간호사 태움 문화와 처우개선’ ‘신규 간호사 자살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요청합니다’ 등으로 처절하다.

이번 기회에 간호업계의 고질적인 폐습을 바로잡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교육을 명분으로 간호업계에서 이뤄지는 과도한 괴롭힘은 오래전부터 악명이 높았다. 서울뿐 아니라 대구경북지역에서도 큰 병원을 중심으로 자행되고 있고 부작용이 심각하다. 그런데도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간호 업무 특성을 이유로 퇴직과 자살 등의 훈육 부작용을 방치해 왔다. 신입 간호사의 1년 평균 이직률이 34%나 된다는 통계는 신참 간호사들이 군대생활보다 더한 현장의 어려움을 견뎌내지 못하는 현실을 그대로 방증하고 있다. 미숙한 신참·후임에 대한 고참들의 짜증과 화풀이가 인격 모독으로 격화돼 신참의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부른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청와대의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들은 이토록 심각한 간호업계에 대한 해결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인성이 나쁜 몇몇 고참 간호사로 인한 문제가 아니라 간호사들이 처해 있는 열악한 근무환경과 부실한 의료시스템이 백의의 천사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장에서는 신참들의 현장 적응 부족으로 이직이 발생하고, 제때 충원이 안되면 남아 있는 간호사들이 살인적인 노동강도에 노출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한 청원자는 ‘병원의 간호인력 보충을 법으로 강제해 달라’면서 밥 한 끼 먹지 못하고 화장실 한 번 가지 못해서 앓고 있는 간호사에게 ‘무조건 친절하라’고 강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간호업계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병원의 지원 부족, 허술한 교육시스템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간호사 면허 소지자 30만명 중에서 실제 현장 근무 인력은 절반도 안되는 14만명에 그치고 있다.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 및 충원 필요성을 대변해 주는 통계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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