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캥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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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0 08:08  |  수정 2018-02-20 08:08  |  발행일 2018-02-20 제27면
[문화산책] 캥거루
김성민<동시인>

고향에는 잘 다녀오셨는지요? 그리운 부모님 형제자매 친구들 다들 안녕히 잘 계셨겠지요? 이번 설은 다행스럽게도 춥던 날씨가 많이 포근해져서 세배 다니기나 여행 떠나기(?)에 참 좋았습니다.

마침 평창 동계올림픽도 한창 열기를 더해가고 있던 참이어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땀 흘리며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을 열심히 응원하셨을 겁니다. 쇼트트랙, 스케이트, 컬링, 스키 등 다양한 동계 스포츠를 오랜만에 몰아서 보는 재미도 참 쏠쏠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스켈레톤’이라는 낯선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윤성빈 선수의 시상 장면에서는 온 가족이 환호성과 함께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기도 했었지요. 엄숙함과 공정함 아래에서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겨룬 결과, 승자에게는 축하를 패자에게는 그동안 견뎌왔던 노력의 시간을 격려해 주는 모습은 지켜보는 모든 이의 가슴에 진한 감동으로 남을 것입니다. 더욱이 우리는 평창올림픽을 통해서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해 있어서 성공적인 올림픽에 대한 염원은 더욱 간절한 것 같습니다.

이런 축제의 분위기 속에서 우리를 슬프게 하는 안타까운 소식이 신문 한 귀퉁이에 전해지고 있었는데요.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일본군 성노예 피해 김 아무개 할머니(88)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또한 일본 정부의 제대로 된 사과를 받아내는 것과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전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겨우 서른 분의 피해 할머니들만 남으셨다고 합니다.

다른 하나는 우리 국민을 열 받게 만드는 소식인데요. 일본 정부가 고등학교 ‘학습지도요령’에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주장을 처음으로 명기했다고 합니다. 이미 일본 정부는 지난해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습지도요령을 개정해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주장을 명기했어요. 이로써 초·중·고 전 과정에서 독도가 자기네 영토라는 주장의 학습 의무화 작업이 완료된다고 합니다. 두 소식이 비슷한 시기에 전해지니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남북이 공동 입장할 때 입장식에 참석했던 일본 총리가 기립 박수를 보내는 다른 나라 대표들과 달리 제자리에 앉아 딴청을 피우던 모습이 자꾸 눈에 밟히네요. ‘우리는 하나다!’ 응원구호처럼 정신 바짝 차려야겠습니다.

‘캥거루가 강도를 만났어요// 가진 거 다 내놔!// 달랑 주머니 하나/ 주머니 안에는 잠든 새끼 캥거루뿐인데/ 가진 거 다 내놓으라니요?// 이런 날강도 같으니라고/ 캥거루는 두 발로 강도를 뻥 찼지요’(‘캥거루’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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