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Next?” 총기규제 촉구 美 10대들 외침

  • 입력 2018-02-20 07:43  |  수정 2018-02-20 07:43  |  발행일 2018-02-20 제13면
플로리다 총기참사에 분노
“친구들 죽음 헛되지 않게…”
SNS 통해 급속하게 확산
내달 24일 대규모 행진 예정
“#Me Next?” 총기규제 촉구 美 10대들 외침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플로리다주 파크랜드 소재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등학교 총격 사건에 분노한 학생과 시민들이 지난 17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에서 총기 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번 총격 참사에서 살아남은 학생들이 다음 달 워싱턴에서 총기규제를 촉구하는 행진을 할 예정인 가운데, 학생들은 이번 총격 사건을 미국 내에서 교착 상태에 빠진 총기규제 논의의 터닝포인트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연합뉴스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플로리다 고교 총기 참사 이후 미 전역에서 총기규제를 촉구하는 10대 학생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꼭 이번 참사가 아니더라도, 최근 미국에서 학교를 배경으로 한 총기 난사사건이 잇따르면서 무고한 학생들이 희생양이 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두고 진정한 위로와 연대의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자신의 정적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삼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여론이 더욱 악화하는 분위기다.

수천 명의 학생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강력한 총기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풀뿌리 운동으로 진화했다. 성폭력 고발 캠페인인 ‘#Me Too’를 차용한 ‘#Never Again(두 번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Me Next?(다음번엔 내차례?)’ 등의 해시태그도 등장했다.

18일(현지시각) BBC에 따르면 이번 사건이 발생한 파크랜드 소재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고교에 재학 중인 알렉스 윈드는 친구 넷과 함께 ‘Never Again’ 캠페인을 시작했다. 윈드는 “19세가 술은 살 수 없지만, 전쟁무기인 AR-15을 살 수 있다는 건 단언컨대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최근 잇단 학교 총기난사 사건에서 반자동 소총인 AR-15이 종종 범행도구로 사용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판매 규제 논란이 불붙는 가운데, 미국에서 주류 판매 제한 연령보다 AR-15 판매 제한 연령이 더 낮은 사실을 꼬집은 것이다.

이들은 오는 3월24일 ‘우리의 생명을 위한 행진’을 할 예정이다.

코네티컷주에 사는 레인 머독(15)은 1999년 컬럼바인고교 총기 난사 사건 발생일(4월20일)에 총기폭력에 반대하는 ‘전국 고교생의 도보 행진’을 위한 온라인 청원을 시작했다. 현재 서명자 수는 5만5천명을 넘어섰다.

뉴욕주의 펠햄에 거주하는 고교생 바이얼릿 매시 베레커는 누구라도 다음번 총기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환기시키는 뜻에서 ‘#미 넥스트?’ 캠페인을 고안했다. 온라인에는 ‘#미 넥스트’ 문구와 함께 찍은 사진과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끔찍한 사건 현장을 직접 목도했던 학생은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글을 보내 “친구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런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참사마저 ‘러시아 스캔들’의 돌파구로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여 성난 여론을 부채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말 참사 현장으로부터 불과 60㎞가량 떨어진 본인 소유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물면서 사태의 책임을 모두 남 탓으로 돌리는 ‘폭풍 트위트’를 올렸다.

특히 미 연방수사국(FBI)이 총격범에 관한 제보를 묵살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FBI가 플로리다고교 총격범이 보낸 그 많은 신호를 모두 놓치다니 애석하다"며 “그들은 내 대선캠프와 러시아의 내통 의혹을 입증하는 데 시간을 너무 많이 쓰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 들끓는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마치 FBI가 자신과 연루된 러시아 대선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총기난사 예방에는 소홀히 했다는 뉘앙스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는 자신을 죄어오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 수사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려는 시도로도 분석된다.

피해 학교 학생과 교사들은 일제히 분노를 쏟아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재학생 모건 윌리엄스(16)는 트위터를 통해 “맙소사. 친구 17명이 세상을 떠났는데 당신은 뻔뻔하게도 이 사건을 러시아와 관련해 이용한다"면서 “제발 동정심이란 걸 가져봐라"고 비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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