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희 한문 편지 4통 안동서 발견

  • 이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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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0 07:17  |  수정 2018-02-20 07:18  |  발행일 2018-02-20 제2면
독립운동가 김지섭에 보낸 것으로
풍산김씨 집안이 기탁한 편지 일부
소설 ‘임꺽정’ 저술 배경 추정 자료
20180220
홍명희가 김지섭에게 보낸 편지.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월북 작가로 대하소설 ‘임꺽정’을 쓴 벽초 홍명희(碧初 洪命憙·1888~1968)의 자필 한문 편지 4통이 안동에서 발견돼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보관 중이던 편지류 가운데 홍명희 자필 편지를 발견해 번역·분석했다고 19일 밝혔다. 벽초가 쓴 편지는 풍산읍 오미리 풍산김씨 집안이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한 편지류 5천100여점 안에 섞여 있었다. 벽초는 1948년 9월 월북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초대 부수상을 지냈다.

편지는 홍명희가 22세이던 1910년 8∼11월 충남 금산에서 풍산김씨 집안으로 보낸 것들이다. 금산군수였던 아버지 홍범식이 1910년 나라가 망해 스스로 목숨을 끊자, 상을 치른 홍명희가 풍산김씨 집안에 고마움을 표시한 내용이 주로 담겨 있다. 편지를 받는 대상은 안동 출신 독립운동가 김지섭(金祉燮·1884~1928)이다. 벽초는 편지에서 슬픈 심정과 김지섭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거듭 표시했다. 또 김지섭을 형이라고 하며 아버지가 남긴 부채를 갚는 것과 관련해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김지섭은 일제 강점기 때 의열단원으로 활동했다. 1924년 1월5일 일본 황궁에 폭탄을 던졌다가 붙잡혀 지바 구치소에서 옥사했다. 이 편지를 통해 안동의 독립운동가와 홍명희의 인연이 처음으로 밝혀진 셈이다.

한지 등에 쓰인 편지들은 김순석 한국국학진흥원 문학박사(58)가 번역·분석했다. 김 박사는 “홍명희 자필 편지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편지는 독립운동 성지로 알려진 안동과 홍명희 관계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소설 임꺽정을 쓴 배경을 추정하는 자료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이두영기자 victor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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