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촌동 다문화가족 모임 “고향 정 나누며 한국 익혀요”

  • 글·사진=김점순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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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31   |  발행일 2018-01-31 제14면   |  수정 2018-01-31
의용소방대장 출신 박종갑씨 주도
매주 넷째 토요일 삼삼오오 모여
처음에는 여섯 가족으로 시작
현재는 오십 가족 꾸준히 참여
대구 동촌동 다문화가족 모임 “고향 정 나누며 한국 익혀요”
지난 27일 대구 동구의 한 음식점에서 다문화 가족들이 참여하는 ‘다문화 가족 행복 모임’이 열리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 3시 대구 동구의 한 음식점. 추운 날씨도 아랑곳없이 아이를 안거나 업은 다문화 엄마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이날은 매월 넷째 토요일 열리는 다문화 가족 행복 모임이 진행되는 날이다. 이날 모임에는 30여명이 가족 단위로 참석, 고향의 정도 나누며 한국을 익혔다.

다문화가족 행복모임의 시작은 2013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동촌지역 의용소방대장이던 박종갑씨(54)는 결혼상담소를 운영하는 지인으로부터 결혼이주 여성들의 사회적응에 대한 어려움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이에 다문화 가족들이 지역사회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모임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여섯 가족으로 시작했다. 부담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참석할 수 있도록 회비를 받지 않았다. 그렇다고 정부나 단체로부터 지원을 받지도 않는다. 한 달에 한번 모이는 날에는 지역의 식당에서 장소와 식사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박종갑씨는 “다문화가족이 자긍심을 가지고 하루 빨리 지역 사회에 정착하기를 기대한다. 다문화가족이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모임을 하는 시간만큼은 고향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나면 한국에서 생활하며 느낀 점, 장래 계획 등을 주고받으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다. 문화 차이로 겪는 고부갈등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방법이나 임신 및 출산 등 일상의 필요한 정보부터 자녀들의 학교생활 어려움까지 다양한 정보를 교환하며 안정적인 정착과 사회 참여에 힘을 합친다.

해를 거듭할수록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대구 전 지역에서 50가족 정도가 모임에 참여한다. 이날은 때마침 오후 5시에 열리는 2018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결승인 베트남-우즈베키스탄전 이야기로 한껏 들뜬 분위기였다. 동남아 국가 가운데 아시아 축구 무대에서 결승 진출은 베트남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 시집온 결혼 12년차 김민희씨(36·칠곡군)는 “다문화가족은 이제 낯설거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이끌어나갈 구성원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다문화 행복모임은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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