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침묵의 암살자 난소암

  • 임호
  • |
  • 입력 2018-01-30 07:50  |  수정 2018-01-30 09:09  |  발행일 2018-01-30 제19면
고지방·고단백식품 섭취하는 식습관 ‘난소암 위험’ 증가
출산 경험 많을수록 난소암 위험도 절반으로 줄어들어
유방암·자궁내막암 등 병력있을 경우 발병확률 높아져
배에 복수 차면서 소화 잘 안된다면 반드시 진료 받아야
2018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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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고석봉 교수

얼마 전 난소암 수술을 받고 항암 치료 중인 환자가 자신의 중학생 딸과 같이 외래를 방문했다. 이 환자의 어머니도 10년 전 난소암으로 사망했고, 언니는 최근에 유방암으로 수술을 한 가족력이 있는 환자다. 본인의 딸도 혹시 난소암이나 유방암에 걸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혹시 미리 이런 암을 예측할 수 있는지, 예방은 가능한지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환자를 안정시킨 후 난소암과 유방암의 가족력과 유전적 인자에 대해 설명하고 유전성 난소암을 일으키는 특수 유전자 검사를 소개했다. 난소암은 대부분 산발적으로 발생하지만, 약 5~10%는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유전적으로 발생한다.

난소암은 난소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50~70세 사이에 제일 많이 발생한다. 난소암은 국내에서 여성에게 발생하는 암 가운데 아홉째로 발생빈도가 높은 암으로 인구 10만명당 5.6명이 발생한다.

또 여성 생식기 암 중 자궁경부암에 이어 둘째로 흔한 부인과 암이다. 난소암의 약 90%를 차지하는 상피성 난소암은 대부분 3기 이상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5년 생존율이 매우 나빠 40%가 채 되지 않는다. 반면 조기 발견의 경우 90% 정도 완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난소암은 조기에 발견하기 어려워 대부분 다른 장기로 전이된 이후 발견되고, 이런 경우 치료 및 완치가 어려워진다.

난소암의 발병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다만 크게 유전적 요소와 위험인자로 나눌 수 있다. 유전적 요소로는 가족 중에 난소암 환자가 있는 경우 난소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이는 난소암에 유전성이 있다는 뜻으로 유전자(BRCA) 검사에서 양성일 경우 음성인 경우보다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10배 이상 높아진다. 반드시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그러나 95% 이상의 난소암은 이런 가족력 없는 환자에게서 발생한다. 그 외 본인이나 가족이 유방암, 자궁 내막암, 직장암 등의 과거 병력이 있는 경우 난소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배란 횟수가 적을수록 난소암에 걸릴 위험은 낮아진다. 이런 대표적인 경우로 임신을 들 수 있다. 임신은 난소암 발생을 방지하는 경향이 있어 출산 횟수가 한 번이면 출산을 전혀 하지 않은 여성에 비해 10%가량 위험이 감소한다. 세 번 출산을 하면 난소암 위험도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또 출산 후 수유 시 배란을 억제해 월경을 지연시키기 때문에 난소암의 위험이 감소한다. 고지방·고단백 식품을 섭취하는 식습관, 비만, 석면과 활석 등 환경적 유발 물질 등도 난소암 위험을 증가시킨다.

난소암의 증상은 초기에는 거의 없다. 초기에 진단되는 경우는 정기적인 산부인과 진찰을 받으러 왔다가 내진이나 초음파 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난소암은 상당히 진행돼도 증상이 매우 경미해 배에 딱딱한 것이 만져지거나 복수가 차면서 배가 불러오거나 소화가 잘 안되고 더부룩한 증상 또는 배가 아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증상은 암이 아닌 다른 양성 질환이나 다른 종류의 암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는 흔한 증상들이다. 증상이 지속되거나 점점 심해지면 반드시 부인과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난소암 판단은 환자의 나이, 현 병력 및 과거력, 가족력, 초음파 검사, 혈액 검사, 필요 시 일정 기간의 경과관찰 등을 종합해 판단하게 된다. 암이 의심되면 컴퓨터 단층촬영과 자기공명영상법 등을 시행한 다음 수술을 하게 되며, 암은 종양을 제거한 후 조직검사를 시행해야만 확진할 수 있다.

난소암의 기본적인 치료방법은 수술로 가능한 모든 종양을 제거하고 항암제를 투여하는 것이다. 수술 후 암 세포가 퍼진 정도와 조직검사의 결과를 통해 치료 방침을 결정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난소암은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항암제를 잘 듣게 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암 덩어리를 제거하는 것이 원칙이다.

수술 후 건강상태가 회복되면 항암제 치료를 하는데, 항암제는 수술을 통해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암 세포를 죽이는 수단으로 사용하며 보통 3주 간격으로 6~9회 정도 반복해서 투여한다. 최근 부작용이 적은 새로운 항암제나 면역요법, 분자치료요법 등이 개발되고 있으므로 희망을 잃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난소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수년간 사용한 경구 피임약은 난소암의 위험률을 낮출 수 있다. 한 명 이상의 아이를 가지는 것, 특히 25세 이전에 첫아이를 출산하는 경우 모유수유는 난소암의 위험률을 감소시킨다. 예방적 난소 절제술은 암 예방을 위해 수술로 한쪽 혹은 양쪽 난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이 수술은 일부 고위험군 환자에게 선별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 난소암 증상과 진단

· 배에 딱딱한 것 만져지거나 복수가 차면서 배가 불러오고 더부룩해지는 증상.

· 난소암은 증상이 미미해 약 60%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병원을 찾게 되므로 증상이

없더라도 1년에 한 번은 반드시 정기적인 부인암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 암이 의심되면 컴퓨터 단층촬영과 자기공명영상법 등을 시행한 후 수술을 진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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