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성폭식증, 삼시세끼가 가장 중요한 치료법”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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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6 07:57  |  수정 2018-01-16 07:57  |  발행일 2018-01-16 제20면
다이어트 후 뇌가 ‘폭식 충동’ 일으켜
섭식 장애로 대인관계의 어려움 동반
하루 3번 식사, 체중 급격히 불지않고
일정기간 후 건강한 적정 체중 잡아줘
“신경성폭식증, 삼시세끼가 가장 중요한 치료법”

인터넷이나 TV 어디를 봐도 예쁘고 날씬한 여성들과 근육질의 남성들로 넘쳐난다. 내 주변엔 몸꽝들만 있는데….

순간 내 몸의 출렁거리는 살이 느껴지면서 사람들이 나를 향해 비난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 같다. 그렇게 해서 다이어트를 결심하게 된다. 온갖 다이어트 방법과 경험담을 찾아 헤매다가 ‘절식’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통제할 수 없는 폭식 충동을 느끼게 된다. 신경성폭식증, 어떻게 해야 멈출 수 있을까. 1980년대부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다이어트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 이전까지는 식량 부족과 가난 그리고 전쟁과 기근 등 여러 이유로 먹는 것이 부족했기에 날씬한 몸매보다는 풍성한 몸매가 더 아름답다고 인식됐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이후로 농작물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전 세계적인 전쟁도 없었으며 햄버거와 콜라 같은 고열량 음식의 제조와 유통이 활발해지면서 살찐 사람들이 많아졌다. 모두가 못 먹어서 삐쩍 말랐을 때는 풍성한 사람들의 매력이 돋보였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뚱뚱해지니 이번에는 날씬함의 매력이 돋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날씬함에 대한 압박은 주로 남성들보다는 여성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날씬해야 매력적인 사람이 된다는 절대명제가 돼버린 탓에 수많은 여성들이 다이어트와 절식에 빠져들었다. 뭐든 적절하면 좋으련만 다이어트와 절식에 강박을 가지면서 일부는 영양분의 공급 부족으로 뇌가 폭식 충동을 일으키게 된다. 아주 짧은 시간에 상당한 양의 음식을 한 번에 먹는 것이다.

그리고 이내 정신을 차리고 나면 자신이 죽을 만큼 힘든 고통을 참으며 버텨왔던 식단 조절이 실패한 것을 알게 된다. 이어 엄청난 양의 음식이 모두 살덩어리로 변신할까 싶어 구토를 비롯한 온갖 방법을 사용해 먹은 음식을 토해낸다. 이것이 전형적인 신경성폭식증이다.

다이어트를 하게 되면 우리 몸에 영양분의 부족을 느낀 뇌가 충동을 일으켜서 폭식을 하게 되는데 신경성폭식증은 섭식장애의 하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치료는 바로 하루 세 번의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정상식이다. 한국의 식습관을 고려한다면 밥 한 공기와 국 한 그릇을 포함해 세 종류의 반찬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이어트 때문에 절식을 했던 사람에게 정상식을 하라고 하면 대부분 거부한다. 정상식을 하면 모든 음식의 칼로리를 자동적으로 계산하는데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살이 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신경성폭식증을 비롯해 섭식장애를 치료하는 기관에서는 정상식을 가장 중요한 치료방법으로 삼는다.

정상식을 해도 체중이 급격하게 불어나지 않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신의 몸과 마음이 가장 건강할 수 있는 적정 체중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폭식 행동은 부족한 영양분을 공급받기 위해서 뇌가 일으키는 충동의 결과로, 정상식을 할 경우 고르게 영양분을 공급해 주기 때문에 폭식 충동이 현저히 줄어든다.

정상식을 시작하는 초기에 폭식하고 싶은 음식이 떠오르면 정상식 사이에 간식으로 먹는 것이 좋다. 피자나 햄버거, 심지어 치킨이나 밀가루 음식도 가능하다. 단 이런 간식을 먹기 위해서는 반드시 하루 세 번 정상식을 실시해야 한다. 신경성폭식증을 비롯해 섭식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일수록 대인관계의 어려움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과의 만남은 식사 자리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은 탓에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타인과의 만남을 꺼리게 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아무도 없는 곳에서 게걸스럽게 폭식을 하는 자신을 숨기고 싶은 모습 때문에 사람들과 거리를 두게 된다. 이렇게 관계를 기피하게 되면 감정적으로 힘들어진다.

공허감이 잦아지고 이 공허감을 공복감과 혼동해 폭식 충동 욕구가 더욱 강해지게 된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용기를 내서 친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시도해야 한다.

그리고 그 만남 속에서 자신의 섭식 문제를 이야기해 정서적 지지나 위로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혹여 속시원하게 감정을 주고받을 사람이 없고 혼자서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다면 심리상담가를 만나보길 권한다. 신경성폭식증은 극복하기 어렵지 않다. 정상식과 관계 회복, 이 두 가지를 기억하고 실천한다면 말이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도움말=한국건강관리협회대구지부

☞ 혹시 나도? 폭식증 체크리스트

□ 육체적으로 허기를 느끼지 않아도 과식한다

□ 불편함을 느낄 때까지 먹는다

□ 폭식 후 무리한 운동을 하거나 구토를 한다

□ 설사약, 관장약, 이뇨제를 남용한다

□ 폭식 후에 죄책감과 불안함을 심하게 느낀다

□ 음식에 대한 과한 집착을 보이고 반복적으로 얘기한다

□ 최근 3개월 동안 살이 급격하게 증가됐다

□ 자신의 과식이 창피해 보는 눈이 없는 곳에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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