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구에 빅텐트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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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0   |  발행일 2018-01-10 제29면   |  수정 2018-01-10
[기고] 대구에 빅텐트를 기대한다
장상희 대구 북구 주민자치위원장

대구·경북에 겨울 가뭄이 극심하다. 도시에서야 단수 소식이 없으니 그 심각성을 알 리 없지만, 현재 지역 곳곳에서 용수 확보를 위해 때아닌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겨울 가뭄의 심각성을 체감 못하는 사이 대구와 경북에는 사람 가뭄 또한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중이다.

지난 정부의 탄생 주역이었던 대구·경북은 보수가 침몰하는 소용돌이의 중심에서 점점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지만, 지역 인재 발굴에 구슬땀을 흘리는 이는 없다. 겨울 가뭄과 올해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인재 가뭄은 지역의 민심까지 뒤흔들면서, 이제 정체성과 방향성 모두를 잃어버릴 위기의 순간과 마주하고 있다.

가뭄 대처법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바 없다. 세종대왕은 ‘구황벽곡방’을 편찬하여 가뭄에 처한 민초들을 구휼하고자 하였다고 전해진다. 그 내용은 대체로 소나무 껍질, 참깨, 대추, 밤, 메밀 등 자연에서 취할 수 있는 구황작물 등을 먹거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여 백성들에게 전수한 것이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라면 구황작물은 고사하고 초근목피라도 달게 받아들이며, 인재 가뭄으로 갈라진 민심의 토양에 단비는 아니라도, 양수기 아니 양동이의 물이라도 더 담아야 할 위기의 순간이 지금 대구의 인재 가뭄 현장이다. 침몰의 순간에도 자리를 지키라고 했던 그 한마디로 인해 무너졌던 권력의 허약함같이, 인재 고갈의 위기와 지역의 추락에도 그저 오늘을 지키라고 할 지도자뿐이라면, 대구는 당분간 연쇄 침몰을 체감할 일만 남았다고 본다.

세종은 가뭄의 구휼을 위한 과학적 토대가 될 측우기 발명의 과업을 관노비 신분의 장영실에게 맡기는 혁신을 몸소 실천했다. 과학기술의 혁신보다 신분제를 뛰어넘는 사고의 혁신에서 더 높은 위대함을 발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구를 구휼함에 있어 신분의 귀천이나 지연·학연의 궁색함에 매달려야 할 만큼 대구의 혁신성은 후진성에 맡긴 채 풍요의 착각 속에 오늘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가뭄 해소를 위한 큰 그림과 인적자원을 넘치도록 담아낼 큰 그릇으로 내일의 갈증에 대비해야 할 소위 TK정서는 대한민국의 발전 중심축을 지향하는 ‘Think Korea’의 빅텐트를 쳐야 할 때가 아닌가. 지금까지 정치권력의 필요에 따라 의석 확보의 다급함에 따라 대구를 이용했다면, 이제 대구의 필요에 따라 인재를 부르고, 활용하는 큰 무대를 마련해 지역의 혁신에 나서야 할 때다. 위기와 기회는 다르지 않으며, 걸림돌과 디딤돌은 생각과 태도의 차이에서 시작한다.

오늘은 가뭄의 위기지만 초근목피로 끼니를 때우면서라도 인재의 저수지를 키우고 내일의 큰비를 담아 대구 발전의 용수이며 대한민국의 엔진으로 삼을 원대한 포부를 가져야 할 때다. 언제까지 분지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배타성을 스스로 인정하며, 지역의 특수성에 사로잡힌 채 고립을 자초할 것인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대구 입성을 두고 말들이 무성하다. 경남도지사로서의 경력과 지연이나 학연의 무게를 세종이 취한 관노비의 재능에 대한 혁신적 자세에 비추어 볼 때 오늘의 우리가 600년을 거꾸로 살고 있는 것 같은 후진성과 편협함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6년 전 혈혈단신으로 대구 입성을 선언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구에 피운 다양성의 전기가 되었다면, 2018년 홍준표 대표의 대구 입성이 당 대표로서의 기득권이 아닌 대구 발전을 위하고 대구의 내일을 위한 선택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대구 발전의 빅텐트 속에서 홍준표 대표의 외줄타기도, 김부겸 장관의 공중제비도, 권영진 시장의 마술쇼도 펼쳐진다면 대구의 빅텐트가 대한민국의 흥행무대가 될 것이라 본다. 오는 손님 막지 말고, 가는 손님 붙잡아서 대구를 위한 인재의 시장을 키우자. 대구에 사람이 모여들 수 있도록 부정적 이유를 찾지 말고, 대구발전을 위한 긍정적 대안 발굴의 차원에서 대의적 실천과 혁신으로 접근하자.

올해 지방선거에서 다양성과 화려함이 넘치는 볼거리를 제공할 빅텐트를 준비해 보는 것이 어떤가. 더 이상 휑할 것도 없는 쓸쓸한 공연장만 남은 대구라면 남은 선택지도 빠듯할 테니.
장상희 대구 북구 주민자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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