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남북 고위급회담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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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09   |  발행일 2018-01-09 제29면   |  수정 2018-01-09
[기고] 남북 고위급회담에 바란다
김두현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드디어 닫혔던 남북의 문이 열린다. 오늘 오전 10시 남북은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고위급 당국회담 전체회의를 진행한다. 무려 2년1개월 만이다. 남북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 의사를 밝힌 이후 일사천리로 회담을 성사시켰다. 신년사에 대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고위급 당국회담을 제안했고, 이에 대해 북한은 판문점 연락채널 복원으로 화답했다.

한미는 군사합동훈련 연기로 회담 성사의 분위기를 조성했고 북한은 즉시 회담을 수락했다. 심지어 남북대화에 대해 어정쩡한 입장을 취했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조차 기대감을 표현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대화 추진에 100%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야말로 순풍에 돛을 단 듯 제안에서 성사까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과연 남북회담은 성사를 넘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까?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곳곳에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다. 장애물을 제거하고 이번 회담이 단순히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여 문제의 성공적 합의를 넘어 한반도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떠한 자세가 필요할까?

첫째,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이명박·박근혜정부 10년 동안 남북관계는 제자리걸음이 아니라 먼 과거로 후퇴했다. 화해와 협력이 당연시되던 시절에서 대결과 갈등의 시대로 복귀한 것이다. 남북이 합의해서 진행했던 모든 사업은 중단되었고 국민의 대북정서는 악화되었다. 북한 핵문제는 남으로서는 반드시 제기해야 할 사안이지만 북은 극도로 꺼내기 싫어하는 사안이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중지는 그 역이다. 남북이 쉽게 합의할 수 있는 일은 먼저 진행하고 서로가 합의하기 어려운 사안은 천천히 진행해야 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산가족 상봉과 문화교류와 같이 국민적 공감대가 있는 사안은 가능한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갈등요소가 있는 사안은 단계적으로 풀어야 할 것이다.

둘째, 차근차근 신뢰를 쌓아야 한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문제의 성공적인 합의를 통해 남북이 낮은 단계에서부터 신뢰를 쌓아나가야 할 것이다. 신뢰란 쌓기는 어려워도 허물어뜨리기는 쉬운 것이다. 지난 10년간 남북 간 신뢰는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쌓아야 할 정도로 허물어진 상태다. 쉬운 문제로 보여도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을 수 있다. 낮은 수준의 협력사업이라도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남북 당국 사이의 신뢰는 차곡차곡 쌓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가 필요하다. 서로가 오랜 기간 다른 체제로 살아온 남과 북은 같은 말이라도 의미가 다르다. 상대방이 왜 저런 입장을 보이는지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북은 미국의 적대정책에 맞서 미국을 상대로 개발한 핵과 미사일이라고 하지만 6·25의 경험이 있는 우리 국민은 불안하다. 우리는 북한의 침략을 저지하기 위해 진행하는 방어적 의미의 한미합동군사훈련이라고 해도 미국으로부터 폭격의 트라우마가 있는 북한은 초긴장 상태다. 남북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서로의 입장이 잘 이해가 될 것이다.

이번 회담을 통해 평창올림픽 참가를 넘어 남북관계 개선을 이루고 북미대화를 중재해야 한다. 북미대화가 이뤄지면 북한의 핵폐기와 평화협정 체결 등 한반도 평화를 이루기 위한 숱한 의제들이 다뤄져야 할 것이다. 평창을 넘어 평화로 가야 하는 것이다. 이번 회담이 성사를 넘어 성공을 해야 하는 이유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가야 하지만 결코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예리한 눈으로 역사적 의미를 통찰하고 성실한 자세로 이번 회담에 임해야 할 것이다. ‘호시우행(虎視牛行)’의 자세가 필요하다.
김두현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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