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행동 없이 분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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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05   |  발행일 2018-01-05 제21면   |  수정 2018-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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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위한 (경북도의원)

나는 안동에서 태어나고 자라 대학시절 몇 년을 서울에서 보내다 1998년 졸업 후 바로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 안착 후에는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며 경북의 축구단체 활동에 꾸준히 참여하는 동시에 정치활동에 뛰어들었다.

고향으로 돌아올 때 주위 친구들은 “서울에서 기반을 잡으라”며 반대를 했다. 나는 “무슨 소리냐? 지방화와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출향 청년들이 먼저 고향으로 가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소박하나마 나부터 지역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지역발전을 도모해 주민권익을 향상시키자는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1995년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23년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나라도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자치분권화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진정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는 시·도민 복지향상과 산업진흥·발전의 길로 나아가기엔 길이 멀다. 그 이유는 핵심적 장애물이 버티고 서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서울 중심의 중앙집권적국가제도인 것을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문재인정부가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 실천의지를 밝힌 것은 정말 다행이다. 명실상부한 분권국가를 건설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상보적 역할을 통해 공동으로 인구절벽, 청년실업, 수도권 집중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신성장동력 창출에 나서겠다는 각오는 어느 때보다 굳건해 보인다. 드디어 고질적인 중앙집권형 국가 운영모델에서 벗어나 지역의 다양성, 창의성, 역동성에 기반한 발전을 추구할 수 있으리라는 설렘을 갖게 된다. 그래야 어려움에 처한 경제가 살아나고 중진국 대열에 갇혀 10여년째 옴짝달싹 못하는 국민소득이 반등하고 지역에 생기가 돌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강력한 지방분권 의지를 가진다고 해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지역의 주체인 광역·기초지자체, 기업, 관련기관, 지역주민들의 공동행동 없이는 지방분권은 어림도 없다. 먼저 주민을 포함해 각 주체들에게 우리 지역의 절박한 현실을 정확하고도 빠르게 알려야 할 때다. 이들이 함께 자각할 때에야 비로소 행동이 뒤따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대중정부 시절부터 중앙권한을 지방에 이양해왔으나 부처할거주의와 단위사무 위주의 개별이양 등으로 충분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양이 확정된 사무 가운데 법률개정 등의 절차로 인해 미완료 상태에 놓인 게 상당히 많다.

지방재정 문제도 심각하다.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이 8대 2로 수십 년 동안 제자리걸음이다. 지방의 재정자립도는 해가 갈수록 악화돼 1995년 63.5%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50.3%로 곤두박질쳤다. 지방세로 공무원 인건비를 해결할 수 없는 자치단체가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대다수 자치단체가 국비 확보에 목을 매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자치입법 분야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대다수 선진국의 경우 조례 등 자치법규는 지역에서 국회가 만든 법률과 유사한 권위와 정당성을 가진다. 지방의회의 입법이니 만큼 그 관할구역을 두고서 법률에 준하는 위상을 부여받는 것이다. 물론 조례는 지역 자치법규이므로 국가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법률의 명문 규정이나 입법 취지를 벗어나지 않아야 하지만, 적어도 지방자치단체 사무에 관한 입법 규율 권한은 인정해야 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선진국 사례에 비해 우리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단체사무 관련 조례 제정이 가능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심하게 자치입법권을 제한하고 있다.

자치와 분권은 20세기 말부터 가장 활발하게 진행 중인 범지구적 정치·행정적 흐름이다. 더구나 세계가 하나의 세계경제로 통합된 세계화시대를 맞아 국가 간, 지역 간, 도시 간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모든 장소 간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경쟁이 장소전쟁으로까지 비유되고 있다. 분권화된 정치제도를 구축하지 않으면 범지역적 주체들의 노력도 물거품으로 끝날 수 있다. 이제 행동으로 나아갈 태세를 갖출 때다. 행동 없이 분권은 없다. 김위한 (경북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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