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메마른 대구경북의 가뭄 대책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8-01-03   |  발행일 2018-01-03 제29면   |  수정 2018-01-03
[기고] 메마른 대구경북의 가뭄 대책
김희섭 (대구 수성구의원)

대구 수성구와 동구 그리고 경북의 영천·경산·청도 지역 주민들의 식수원인 청도 운문댐 저수율이 역대 최저 수준인 12.6%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 저수율 61.3%의 5분의 1 수준이다. 저수량으로도 2천50만t이니 지난해(9천800만t)의 20% 정도다. 운문댐의 만수위 때 저수량은 1억6천만t이다.

올해 폭우·폭설이 잦았던 수도권·충청권과는 달리 대구와 경북 남부지역은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12월 중순까지의 누적 강수량은 754.9㎜로 전년 같은 기간의 강수량보다 441.4㎜ 부족하다. 댐 준공 이후 최악의 가뭄 상황이 이어지면서 운문댐의 물을 원수로 쓰는 고산정수장은 여태까지 운문댐 물을 이용해 하루 23만3천t의 수돗물을 생산했지만 지금은 하루 13만5천t의 수돗물을 생산하고 있다. 대신 낙동강 물을 이용하는 매곡정수장과 문산정수장 수돗물 생산량을 늘렸다.

한편 대구시는 금호강 상류에 비상공급용 취수시설을 조성한다고 지난해 12월30일 밝혔다. 가뭄 장기화 시 운문댐 저수량 부족에 따른 수성·동구의 수돗물 공급 제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달까지 비가 오지 않을 경우 제한급수가 불가피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277억원의 예산을 투입, 이달까지 금호강 상류 경산취수장 인근에 취수시설을 설치하고 경산네거리까지 2.6㎞에 도수관로를 신설하기로 했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하루 12만7천t 원수를 고산정수장으로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만으로는 불안하다. 극심한 가뭄 발생 횟수의 증가에 대비한 지방정부 차원에서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물 공급을 위한 취수원 다원화가 필요하다. 즉 하천의 지표수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가뭄 시에도 지속적으로 취수가능하고, 하천수 오염에도 대비할 수 있는 방사상집수정을 고산정수지 인접 금호강 주변에 설치해 안정된 지하수 자원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취수원 적지 선정을 위한 사전 정밀 수리지질조사를 통해 지하수를 확보하게 되면, 수몰지역이 없어 지표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고 양질의 수질 확보로 정수비용이 절감된다. 또 오랜 가뭄에도 지속적 취수가 가능하며, 낙동강 페놀사태와 같은 갑작스러운 지표수 오염 발생 시에도 비교적 안전하다. 이밖에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에 대비한 취수원 다원화가 가능하다.

건천인 경우에는 지하물막이벽(지하 댐) 공사를 해 지하저수지를 만들고 그 상류부에 방사상집수정을 설치함으로써 평상시 양질의 지하수를 취수하지만, 금호강은 평상시 물이 흐르는 하천이기 때문에 지하물막이벽 공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이러한 지하수를 활용하고 있는 다른 지역에 비해 공사비도 훨씬 적게 든다.

매번 반복되는 가뭄에 지표수 위주의 용수 공급에는 한계가 있으며, 가뭄 때마다 지하수 자원의 활용 필요성이 커지고 있으나 지하수에 대한 인식 부족, 관련규정 미비, 지표수 위주의 정책 등으로 인해 지하수에 대한 수자원으로서의 활용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선진국의 경우 미국과 일본은 사용하는 물의 19~20%가 지하수이나 우리나라는 그 절반 수준인 11%만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수돗물 원수의 경우 미국이 37.4%, 일본이 25%, 유럽은 25~100%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고작 0.3%(제주 제외)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지하수 활용을 확대하기 위해선 평상시에는 보조적 역할을 하지만 가뭄 등 재난 시에는 주된 역할을 할 지하수댐과 방사상집수정 등 대용량 지하수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 그러므로 대구시는 중앙정부와 협력해 대구경북의 대학 지하수 전문가들과 농어촌공사 및 수자원공사의 관련 전문가들로 지하수TF를 구성, 극심한 가뭄에 대한 지하수 활용 방안을 포함해 취수원 다원화를 위한 지속적·장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희섭 (대구 수성구의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