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현 원장의 약재 산책 - 이자(梨子)] 과수원에 떨어진 배 주워 삶아먹자 폐병 앓던 딸 완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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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24 07:55  |  수정 2017-10-24 07:55  |  발행일 2017-10-24 제21면
[박종현 원장의 약재 산책 - 이자(梨子)] 과수원에 떨어진 배 주워 삶아먹자 폐병 앓던 딸 완쾌

이자(梨子)는 장미과에 속한 배나무의 열매다. 배나무 잎은 이엽(梨葉)이라 하여 계속 토하고 설사하는 것을 치료한다. 배나무껍질은 이수피(梨樹皮)라 하여 헌데, 버짐, 옴 등을 치료한다. 이자의 약성은 차거나 서늘하며, 맛은 달면서 약간 시다.

옛날 어느 농촌마을 의원 집 옆에 가난한 모녀가 살았다.

어머니는 남의 집일을 하면서 하루하루 근근이 벌어먹었다. ‘은유’라는 딸이 있었는데 선천적으로 몸이 약해 병치레가 잦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은유가 목이 잠기면서 기침을 하더니 앓아누웠다. 병세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옆집 의원이 은유 집을 지나다 심상치 않은 기침소리가 들려 들어가 보았다. 진맥해보니 폐병이 악화되어 손을 쓸 수 없을 정도였다.

어머니는 은유에게 약은커녕 당장 먹일 음식조차 없었다. 앉아서 굶어 죽을 수는 없어 전에 일하던 과수원에 가보았다. 과수원에는 지난밤 세찬 바람에 떨어진 배들이 버려진 채로 수북이 쌓여 있었다. 어머니는 그 배를 가져다 끼니를 때우기로 작정했다. 삶아서도 먹고 생으로도 먹으며 연명했다.

며칠 뒤 은유 집을 지나던 의원이 기침소리가 들리지 않자 필히 잘못된 거라 짐작하고 들어가 보았다. 그런데 은유 안색을 보니 완쾌된 것이 아닌가. 의원은 깜짝 놀라 무슨 약은 먹었는지 물었다. 먹은 거라곤 배밖에 없다고 했다.

그날부터 의원은 폐병환자에게 배를 달여 약에 섞어 처방했더니 과연 효험이 있었다. 폐병에 명의가 된 의원은 은유 모녀를 여러모로 도와주면서 보답했다. 이자는 가슴속에 뭉친 열을 풀어 헤친다. 해소·천식을 치료하며, 대소변을 원활하게 한다. 너무 많이 먹으면 속을 차게 하며, 산모는 먹지 말아야 한다.

<제생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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