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참 나쁜’ 공공기관 한국가스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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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21   |  발행일 2017-10-21 제23면   |  수정 2017-10-21

‘나쁜 것의 총합’이라는 표현이 딱 맞을 듯하다. 한국가스공사 말이다. 성과급 잔치, 임직원 비리, 낮은 지역기여도, 천문학적 부채는 무능과 부실로 얼룩진 가스공사의 실상을 고스란히 노정한다. 19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가스공사의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가 도마 위에 올랐다.

가스공사의 지역기여도는 대구 혁신도시에 둥지를 튼 공공기관 중 최저 수준이다. 지역물품 구매액은 9억9천만원에 불과하다. 임직원 규모가 가스공사의 10분의 1이 되지 않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지역물품 구매액은 75억5천만원, 한국장학재단은 24억6천만원이었다. 지역인재 채용률도 7.5%로 한국교육학술정보원(22.6%), 한국감정원(18.8%) 등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지역경제 진작 및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일부 임직원이 특정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대가를 받은 것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11명이 총 258차례의 골프 접대를, 9명은 23차례의 성접대를 받았다고 한다. 일부는 배우자까지 동원해 골프접대를 받았다니 어이가 없다. 2010년 9월 열린 이사회에선 지정학적 위험이 큰 이라크 아카스·만수리아 지역에 3억7천200만달러의 투자를 의결했다. 하지만 IS(이슬람국가) 사태에 따른 개발 중단으로 아직 한 푼도 회수하지 못했다. 극적인 상황 반전이 없으면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 2010년엔 IS 발호가 충분히 예견된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무리한 투자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라크 사업은 안전 문제 등으로 재개 확률이 희박한데도 가스공사는 계약 유지를 위해 올해 다시 790만달러를 투자했다.

부실 경영으로 적자가 발생하고 부채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서 성과급 잔치를 한 것도 가관이다. 가스공사의 부채비율은 325%나 되고 지난해엔 6천73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391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한국가스공사는 대구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 중 가장 큰 규모다. 그런 만큼 다른 공공기관의 귀감이 돼야 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한몫을 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러나 가스공사는 오히려 비리, 갑질, 방만 경영, 도덕적 해이 등 나쁜 쪽에만 내공을 발휘하고 있으니 분통 터지는 노릇이다. ‘참 나쁜’ 공공기관이다. 스스로 환골탈태할 의지가 없다면 외부에서 과감한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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