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땅에 남의돈으로…김선달도 울고 갈 영덕 풍력사업

  • 남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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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5 07:16  |  수정 2017-09-25 07:16  |  발행일 2017-09-25 제9면
‘정부 무더기 허가’ 민간 5개社
91기 중 대부분 국·군유지 건설
사업비도 투자·금융PF로 충당

[영덕] 정부로부터 풍력발전 사업 허가를 무더기로 얻어낸 민간사업자들이 자기 땅 하나 없이 국·군유지에 발전기를 세우려 해 비판이 일고 있다. 또한 이들 사업자는 자기 돈을 크게 들이지 않은 채 투자자의 자금을 유치하거나 PF(Project Financing)를 일으키는 수법으로 자금을 충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봉이 김선달도 울고 갈 이 같은 사업 방식이 풍력발전기의 무차별 건설을 조장한다는 지적이다.

G·O사 등 5개 풍력발전사는 현재 영덕 내 약 70만㎡에 총 91기의 대형풍력기 건설을 준비(영남일보 9월1·8일자 1면 보도) 중이다. 남정면 중화리와 쟁암리 33만㎡에 48기를, 달산면 매일리 22만㎡에 27기 등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남정면 33만㎡는 낙동내연지맥인 동대산(해발791m) 자락으로 모두 국유지이며, 달산면 22만㎡는 영덕군(15만㎡)과 산림청(7만㎡) 소유다. 풍력발전사업자나 업체 명의의 땅은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간업체가 국·군유지에 풍력발전사업을 하려는 이유는 부지를 매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정부의 풍력발전사업 허가를 내세워 국토부나 산림청으로부터 산지를 빌릴 수 있어 사업비가 크게 절감된다. 여기에는 까다로운 개별법과 집단민원을 피하려는 의도도 숨어 있다. 풍력업체 한 관계자는 “깐깐한 시·군보다는 산림청 등 국가기관을 상대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고 털어놨다.

1천억~2천억원대의 풍력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자의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것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풍력업체 대부분은 총 사업비의 90%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받거나 금융PF 등 남의 돈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자기 땅, 자기 돈 없이 사업을 하는 셈이다.

업체의 계획대로라면 달산면소재지는 앞뒤로 대형풍력발전기에 둘러싸이는 꼴이 된다. 특히 예정지에는 매년 일정량의 자연산 송이가 채취돼 주민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 반발을 우려한 업체들이 지역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돈을 뿌려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일부 마을의 경우 받은 돈의 배분과 방법을 놓고 이장 등 마을대표끼리 갈등이 생기면서 패가 갈리기도 했다. 풍력업체 관계자는 “착공 전까지 주변 지역민의 민원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도 가리지 않는 게 풍력업계 사정”이라고 말했다.

남두백기자 dbna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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