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株 떠나는 코스닥…‘코스피行 징검다리’ 한계 벗어나야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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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3   |  발행일 2017-09-23 제11면   |  수정 2017-09-23
‘이전 상장’으로 본 코스피-코스닥
20170923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은 21일 장중 한때 15만500원을 기록하며 15만원대를 뚫었다. 전날 7거래일째 상승, 연일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나가면서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은 17조9천906억원까지 불어났다. 현재 코스닥 시장에 상장돼 있지만, 시총 규모로는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통틀어 16위 규모다. 셀트리온의 이 같은 상승세는 코스피 이전 상장에 대한 기대감 덕분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오는 29일 코스닥시장 조건부 상장 폐지와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을 결의하기 위한 주주총회를 열 예정으로, 일부 주주들은 셀트리온이 이전 상장하면 코스피200에 편입돼 자금 유입이 더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은 주로 대기업이 상장돼 있는 코스피, 상대적으로 규모와 수익면에서 작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구성된 코스닥, 자본시장을 통한 초기 중소기업 지원 강화를 위해 2013년 7월 신설한 벤처·중소기업전용 시장인 코넥스가 있다. 성장 가능성이 큰 유망 스타트업(창업 초기 벤처기업)의 주식을 사고파는 ‘스타트업 장외주식거래시장-KSM’이 있지만, 장외시장이어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셀트리온의 행보로 관심을 받게 된 이전 상장은 통상 코넥스에서 코스닥,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무대를 옮기는 것이다. 그만큼 해당 기업의 규모가 성장했다는 것을 증명하게 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기업이 빠져나간 기존 시장의 경우 상장사 연쇄 이탈에 따른 기반 약화는 물론 ‘징검다리’ 역할만 하는 ‘2부 리그’라는 한계, 그리고 시장 차별화라는 본래 취지 퇴색 등이 고착화될 수 있는 만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스닥서 코스피로 시장 이전 상장사
주가에 긍정적 영향 수익률 상승효과
시장 이끌 맏형 부재 코스닥·코넥스
투자 기반 약화로 ‘2부 리그’ 고착화
美 나스닥 ‘첨단 집합소’ 이미지 구축
전통 산업군 다우존스와 차별화 성공
전문가 “시장 특색 살리는 운영 필요”


◆이전 상장에 나서는 기업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전 상장을 준비하는 상장사들은 적지 않다. 코넥스 시장의 대장주로 꼽히는 엔지켐생명과학은 지난 18일 공시를 통해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전상장 시기는 12월로 예정됐다. 코넥스에 입성한 지 4년여 만의 일이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세원도 해외 생산처 확보, 원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코스닥 이전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고 오는 10월 상장을 목표로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 상장을 추진 중인 셀트리온에 앞서 지난 7월에는 코스닥 시가총액 2위였던 카카오가 코스피로 이전상장했다.

이처럼 최근 10년간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 기업은 총 15곳에 이른다. 카카오를 포함해 네이버 등 국내 인터넷·모바일 대표 기업, 국내 3대 통신기업인 LG유플러스, 국내 1위 여행사 하나투어, 국내 2위 항공사 아시아나항공, 온라인 1위 증권사 키움증권 등이다.

체급을 올린 상장사의 성적은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11년부터 2017년 4월까지 코스닥 상장기업 가운데 상장 후 1년이 지난 310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한 23개 기업의 코스닥 상장 후 1년간 지수 대비 초과 수익률(중간값)은 24.9%로 집계됐다.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한 기업들도 장기적으로 주가 수익률 상승효과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NH투자증권은 2010년 이후 코스피로 이전상장한 신세계푸드, 하나투어, 동서, 카카오 등 9곳의 주가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이전 상장 직후에는 하락했지만, 이전일로부터 270일이 지난 뒤에는 2.7%, 1년 뒤에는 27.9%까지 수익률이 개선됐다.

문제는 보다 큰 시장으로 옮긴 상장사들의 성적은 고스란히 떠나온 코스닥과 코넥스 시장의 부담으로 남게 된다는 것. 코넥스와 코스닥 존재의 본질이 흐려지게 되는 것은 물론 이전 상장에 나서는 상장사 대부분이 시장을 이끌던 대장주였던 만큼 이들이 빠져나간 시장은 맏형 부재에 따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알맹이가 모두 빠진 상태로 시장을 꾸려가는 셈.

코스닥에서 성장한 기업들이 코스피로 떠나는 이유는 코스닥시장에서는 안정적으로 투자를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주식시장에서 상장사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큰손은 외국인과 기관이다. 코스닥에는 주로 개미가, 코스피에는 기관과 외국인의 투자금이 몰리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성장한 기업들이 코스피로 이전 상장을 추진한다는 것.

금융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5일까지 거래대금을 기준으로 코스닥시장의 개인 비중은 87.8%인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7.3%와 4.9%로 한 자릿수에 그쳤다. 코스닥 시장이 ‘개미들의 투자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같은 기간 코스피의 외국인과 기관의 거래대금이 각각 31.5%와 22.1%를 차지해 코스닥과 4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지난 6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잔액 125조원을 시장별로 나눠봐도 코스피가 120조원, 코스닥은 고작 5조원 수준에 불과하다. 코스피 투자 규모가 코스닥보다 20배 이상 많은 셈이다. 코스피 전체 시총이 1천500조원, 코스닥 전체 시총이 200조원 규모로 7배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국민연금은 코스피에 3배 이상 더 투자하는 셈이다.

◆미국, 나스닥처럼 차별화해야

지금과 같은 구조가 이어질 경우 코스닥은 코스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될 경우 코스닥은 ‘마이너리그’, 코스피는 ‘메이저리그’라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굳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런 분위기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각 시장이 가진 원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도록 해당 시장의 특성에 맞는 지원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올 들어 미국 나스닥 지수는 지난 6일 기준으로 연초 대비 17.7% 상승했다. 이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다우지수의 상승률(8.8%)을 크게 앞선 것이다. 코스피가 연초 대비 14.6% 정도 상승률을 보인 반면 코스닥 상승률은 2.5%에 그친 것과 대조를 이루는 대목이다.

나스닥 랠리를 이끈 주역은 소위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라고 불리는 대표적인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들로, 지난달 16일 기준으로 애플의 시가총액은 8천257억달러(약 932조원)로 나스닥 1위이면서 동시에 글로벌 시총 1위다.

나스닥은 ‘뉴욕증권거래소의 2부 리그’가 아니라 ‘첨단 기술주의 집합소’라는 이미지를 구축, ‘전통적 산업군’ 중심의 뉴욕증권거래소와 차별화에 성공했다. 또 뉴욕 타임스퀘어 7층 규모 건물의 외벽 전체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 광고를 해주는 독특한 마케팅 방식을 채택해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던 대형 식품 기업 크래프트가 ‘나스닥의 전광판 광고 효과’를 얻기 위해 반대로 나스닥으로 이전 상장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각 시장이 가진 특색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운영, 크게 성장한 기업들이 나스닥에 남아 있도록 만들어 유가증권 시장 2부 리그라는 오명은 자연스럽게 사라졌고, 그 특색이 강화된 것”이라면서 “그렇다 보니 같은 특색을 가진 기업들이 해당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성장해나가고 있고, 이를 시장 차원에서도 지원해주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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