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1번’시내버스에 휴대폰 충전기 설치 사연은?

  • 김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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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16 07:12  |  수정 2017-08-16 07:12  |  발행일 2017-08-16 제2면
경력 25년 버스기사 김선봉씨
퇴직앞 시민에 받은 사랑 보답
볼펜·물티슈·휴지 등도 구비
“내년 여름엔 얼음물 제공 계획”
‘칠곡 1번’시내버스에 휴대폰 충전기 설치 사연은?
15일 전국 유일의 시내버스 휴대전화 충전기가 설치된 대구 칠곡1번 버스에서 기사 김선봉씨가 직접 설치한 충전기를 들고 있다.

전국에서 단 한 대, 휴대전화 충전기가 설치된 시내버스가 대구에서 운행돼 눈길을 끌고 있다. 해당 버스는 대구도시철도 3호선 팔거역에서 구암교 방면을 오가는 칠곡1번. 경력 25년의 버스기사 김선봉씨(59)가 승객들의 편의를 위해 지난 1월 휴대전화 충전기를 장착했다. 15일 버스에서 만난 김씨는 “대구에서 버스 운전을 하면서 가족을 먹여 살렸다”며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시민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줄까 고민하다가 휴대폰 충전서비스를 생각해냈다”고 했다.

김씨는 젊은 시절 전자기기 수리학원에 다닌 경험을 살려 직접 충전기와 거치대를 설치했다. 김씨가 운행하는 버스에는 충전기뿐만 아니라 포스트잇과 볼펜·물티슈·휴지 등도 구비돼 있었다. 평소 승객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눈여겨본 뒤 사비를 털어 마련해 둔 것.

김씨의 이 같은 정성에 승객들도 큰 호응을 보였다. 버스 내부 한쪽 벽면은 ‘친절한 기사님 덕분에 출근길이 즐거워요’ ‘전국에 하나밖에 없는 충전기 버스’ 등 승객이 직접 작성한 메모지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승객 김민지씨(여·27)는 “이 버스를 타는 날이면 항상 힘이 난다”며 “기사님의 배려에 보답하고자 문구를 작성해서 붙여 놓은 적이 있다”고 웃어 보였다. 또 다른 승객 정승아씨(여·35)는 “버스에서 어린 아들이 갑자기 구토를 해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었는데 버스에 물티슈와 휴지가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 버스는 온라인상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한 시민이 포털사이트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게시글을 올려 현재 조회수만 47만회를 기록하고 있다. 김씨는 “내년 여름에는 아이스박스를 구비해 시원한 얼음물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퇴직할 때까지 승객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준다는 심정으로 일하겠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글·사진=김형엽기자 khy041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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