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뭄 극복의 롤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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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2   |  발행일 2017-06-22 제29면   |  수정 2017-06-22
[기고] 가뭄 극복의 롤 모델
김휘태 안동시 공무원

전국적으로 가뭄이 극심한 가운데 여기저기에서 가뭄극복을 위한 다양한 시책이 나오고 있다.

안동시는 10년 전부터 산에 웅덩이를 만들어 산림과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농업용수로 활용했고, 지난해에는 지하수나 용수원이 없는 한계농지에 빗물저장 탱크(빗물저금통)를 설치해 평소에 주변의 빗물을 다양한 방법으로 저장했다가 가뭄 때 스프링클러 호스로 살수해 슬기롭게 가뭄을 극복하고 있다. 고추밭 1천㎡(300평)에 FRP 물탱크 10t 정도를 설치하면 임시해갈이 가능해 수확이 줄어들 정도의 가뭄피해는 막을 수 있다고 하니 유비무환이란 말이 실감난다.

청주시의 경우에는 빗물저장 접이식 팩(물주머니)을 만들어 농경지 비탈면이나 배수로 등을 1~2m 깊이로 파고 바닥에 넓게 깔아서 빗물을 집수해 팩을 접는 방법으로 밀봉저장, 가뭄 때 호스로 연결해 살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인천시는 2009년 15개 산지에 139개의 웅덩이를 조성해 자연생태계를 보호하고 가뭄극복을 추진한 선견지명이 돋보인다. 산에 웅덩이가 있다면 가뭄이나 홍수예방 효과도 있지만 인천시의 목적은 조류나 포유류 등 야생 동식물의 서식까지 돕기 위한 사업이었다.

이렇게 높은 산에 물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흘러내리는 위치에너지와 자연정화작용으로 물이 맑아지는 효과를 보기 위함이다. 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 외에도 호남의 소금강이라는 월출산 해발 700m 고지 정상에는 바위 물웅덩이가 50여 개 있어 개구리가 대량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활화산으로 생긴 산정호수이지만 물이 흘러내리면서 울창한 숲과 수많은 생물이 활기차게 살아가는 것을 보고 배워 이제는 친환경 치수사업으로 산 위에 크고 작은 인공 저수지를 만들어야 한다. 역발상이라 할까. 산정호수는 가뭄과 홍수예방은 물론 산불예방에까지 큰 도움이 되는 일석삼조의 놀라운 효과가 있다. 산정호수에서 사이펀 원리에 의한 무동력 스프링클러 방식으로 산불 진화에도 이용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한 최근 안동시를 비롯해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빗물이용 조례제정과 물 순환도시 조성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선진행정을 펼쳐나가고 있는 것을 보면서 모처럼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이 세상에 생명의 근원으로 대체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가 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보면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을 저장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친환경적으로 이용하는 지혜야말로 인간이 지속가능하게 살아가고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란 것을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강수량은 세계평균 800㎜보다 훨씬 많은 연간 1천200㎜로 국토면적 인구대비 1인당 연간 2천700t이나 되지만, 이용가능 수량은 1천400t으로 UN이 정한 물 부족국가의 기준인 1천700t보다 적고 기후변화로 불과 5~6년 후에는 1천t 미만으로 줄어들어 물 기근국가가 될 수도 있다. 이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강수량 1천200㎜의 빗물을 3분의 2 이상 최대한 저장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하루빨리 구축해나가야 한다.

지금처럼 1인당 2천700t 강수량의 절반이나 그냥 흘려보내 놓고 가뭄타령을 하는 것은 만물의 영장인 인간들이 해서는 안 될 부끄러운 일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지상의 산이나 들에 저장해야 논밭으로 하천으로 흘러내리면서 자연생태계를 살리고 자정작용으로 농공업용수와 생활용수로 무난하게 이용할 수 있다.

집중호우 때에는 산이나 들에서 일시적인 저류기능으로 지상이나 하천의 급류를 조절해 홍수피해도 줄일 수 있는 자연의 이치를 충분히 이해하고, 점점 심해지고 있는 가뭄이나 홍수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새로운 각오로 치밀하게 준비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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