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시장 공연팀 “홍준표 후보 방문하자 지지자들이 쫓아내”

  • 박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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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8 07:38  |  수정 2017-04-28 07:38  |  발행일 2017-04-28 제7면
참여가요제·버스킹공연 무산
“군복차림 지지자들이 밀어내”
한국당 대구시의원 압력 의혹
“유세 동안 양해 구했다” 해명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 후보의 대구 서문시장 유세로, 이미 예정된 야시장 공연이 애꿎게 무산되는 일이 벌어졌다. 공연팀은 홍 후보 지지자 및 캠프 관계자들이 사전에 아무런 협의나 양해도 없이 막무가내로 쫓아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홍 후보는 지난 26일 오후 8시쯤 서문시장을 찾아 ‘자유대한민국 수호를 위한 대구대첩’ 거점 유세를 벌였다. 문제는 이 시간에 서문시장 야시장 활성화를 위한 문화행사인 시민참여 가요제 ‘오픈 마이크’ 행사와 지역 인디밴드 등의 상설공연이 예정돼 있었다는 것이다.

행사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오후 6시30분쯤 입구 무대에서 ‘오픈 마이크’ 행사를 위해 장비를 설치하던 중 갑자기 홍 후보 지지자들이 들이닥쳤다. 군복 차림의 몇몇 지지자들이 “유세가 있다”며 다짜고짜 행사 관계자들을 밀어냈다. 곧이어 대형 유세차량이 시장 입구를 가로막았다. 홍 후보는 오후 8시부터 40분간 대규모 유세를 벌이고 돌아갔다.

이 때문에 ‘오픈 마이크’ 행사는 아예 진행하지도 못했다. 또 시장 입구에서 80m 정도 떨어진 메인 무대에서 열린 지역 뮤지션의 버스킹 공연도 첫 팀의 공연이 끝나기도 전에 중단됐다. 당시 홍 후보 지지자 및 캠프 관계자들이 “시끄럽다”며 공연을 멈출 것을 요구했고, 아예 무대장비까지 동의 없이 강제로 치웠다. 결국 이날 예정된 야시장 거리 공연은 모두 취소됐다.

공연팀의 한 스태프는 “사전에 아무런 협의도 없이 몰려와 일방적으로 공연팀을 몰아내 황당했다”며 “‘오픈 마이크’는 월말·시즌·연말 결선을 거쳐 최종 우승자에게 음원 제작의 기회를 제공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하루 50여명의 시민이 참가할 정도로 인기가 높고, 상설공연도 이날 10여개 팀의 공연이 예정돼 있었는데 모두 돌아가야 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A대구시의원이 공연을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당시 A시의원은 스태프에게 공연 중단을 요구했다. 스태프들이 대구시의 허가 없이는 그럴 수 없다고 하자, 그 자리에서 담당 공무원에게 전화를 걸어 중단을 요구했다. 해당 시의원은 서문시장 야시장 운영에 관한 예산 편성권을 쥐고 있는 상임위원회 소속이다.

이에 대해 홍 후보의 대구선대위 관계자는 “당시 후보를 수행하느라 그 상황을 알지 못했다”며 “전후 사정을 한 번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A시의원은 “유세와 공연 시간이 겹쳐 둘 다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잠깐 유세를 하는 동안 공연을 멈춰달라고 사정을 얘기하고 충분히 양해를 구했다. 압력을 행사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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