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통일 수 있는 소통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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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17   |  발행일 2017-04-17 제30면   |  수정 2017-04-17
[기고] 고통일 수 있는 소통시대
권 혁 칠금 대구경북인재개발원 대표

불통의 시대 1990년대초. “그때가 돈 벌기는 좋았지!” 4050대들은 격하게 공감하는 말이다. 카드의 불통, 세금의 불통, 전산의 불통, 입소문의 불통이 부를 축적하기에 최고의 환경이었다면 억지일까. 불통의 시대에 유일한 소통은 현금이었다. 블랙코미디 같은 행복한 불통이야기이다.

반면 지금은 모든 것이 소통되는 시대이다. 소통이 없으면 그 무엇도 존재할 수 없다. 카드의 소통, 세금의 소통, SNS 소통, 입소문의 소통. 그러나 현금은 불통의 시대가 되었다. 창업의 길을 가려고 하거나, 이제 막 걸어가고 있는 이들에게 ‘소통’은 미루어 놓은 숙제임과 동시에 ‘고통’일 것이다.

다시 90년대를 상상해보자. 자영업자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던 시절이었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아 자영업자의 르네상스 시절이었다. 도심의 저녁을 화려하게 상징하는 금요일 밤 11시50분, 포장마차 전구의 코발트 불빛이 더욱 밝게 빛나는 시간이다. 자정 10분 전 네온사인의 화려한 불빛은 어두워져가며 상점들의 간판은 힘없이 꺼져버린다. 8차로 대로에는 택시로 귀가하려는 술에 취한 이들의 목소리가 드높다. “상인동 따불” “칠곡 따따불”.

도로 한복판으로 뛰어들어 택시에 행패를 부리는 ‘선달’도 있다. 사이렌을 울리며 지나가는 동성로 파출소 경찰차가 밤 12시 영업마감시간을 알려준다. 격동의 1990년 범죄와의 전쟁이라는 정부의 정책으로 모든 음식점의 영업을 자정으로 제한하고 술을 마시는 모든 이들의 자유를 강탈한 불통의 시대의 대표적 표상이 되기도 하였다.

‘소통의 시대’로 온 지금의 현실은 어떤가. 1998년 영업제한제가 해제돼 불통의 시대가 마감될 때, 많은 사람들의 반응은 대환영이었다. 하지만 불통의 시대가 마감하고, 자유로움의 시대를 거쳐, ‘소통의 시대’로 온 2017년 4월 금요일 밤 12시, 취객들은 어디든 어떤 곳이든 마음껏 자리를 잡고 불금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식당 주인장들은 빈 테이블을 보며 깊은 시름을 한다.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계산상 성공확률이 낮은, 지금은 무언가를 소통해야만 하고 소통으로 존재를 만들어가야 하는 소통의 시대이다.

풍요롭게 생산되는 물건들이 산을 이루듯 쏟아지고, 정보의 장은 빅 데이터라는 단어로 실바늘도 들어가지 못한 통계를 쏟아내고 있다. 창업의 길로 가는 이에게는 소통이 고통일 수 있는 새로운 마케팅의 시대이다. 인간이 가진 아름다움, 친근함 그리고 따스함이 SNS라는 기계적 툴을 통해 더 아름답게, 더 친근하게 그리고 더 따스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답은 바늘처럼 치밀하고 섬세한 방향이다. 나만의 치밀한 전략의 소통을 통해, 내 고객은 다른 모든 정보에 차단되는 불통의 공간에 가두는 전략이 필요하다. 고객들이 내가 만든 불통의 벽에 들어와 갇히게 해야 한다.

질문 하나를 던지며 글을 마무리한다. “창업을 준비하고 자영업을 삶으로 살아가는 당신, 어떤 소통으로 고객을 이끌 것이며, 그 고객을 당신의 소중한 매장만을 찾는 불통의 팬덤으로 만들 것인가?”
권 혁 칠금 대구경북인재개발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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