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관장 다툼에 왜 주민이 피해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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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14   |  발행일 2017-03-14 제29면   |  수정 2017-03-14
[기고] 기관장 다툼에 왜 주민이 피해보나
황기호 (대구 수성구의원)

지금 대구공항 통합 이전문제로 대구시와 경북도 그리고 지역 정치권이 힘을 모으고 머리를 맞대고 있다.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 바라보며 대구·경북지역 거점관문공항 건설에 지역의 역량을 모으는 건 당연하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대구 국회의원 12명은 기부 대(對) 양여 방식으로 통합이전 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는데,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진훈 대구 수성구청장은 K2기지만 이전하는 방안을 주장하면서 권 시장의 통합이전 방침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 1월12일 대구시 수성구 범어도서관에서 이 구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대구공항 통합이전 공청회에서는 패널들이 ‘대구공항 통합 이전 반대’라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는 듯했다. 밀양신공항 유치가 무산되고 김해공항을 확장키로 한 정부의 방침과 관련해서는 현 정권에 대한 비판과 정권이 바뀌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정치적 발언도 나왔다. 여당 지방의원인 필자 입장에서는 아주 불편한 자리였다. 그래서 행사 주최인 하늘길 살리기 운동본부측에 대구공항 이전 공청회란 빌미로 현 정권을 비판하는 공청회를 왜 하냐고 따졌고, 이 구청장에게도 “이건 아니다”라고 했다.

이 구청장의 주장처럼 전투기 소음이 심한 K2기지만 이전하고, 민항은 그대로 대구에 남을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는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K2기지만 유치할 지역을 찾는 것과 공항이전과 관련된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대구공항 통합이전과 관련한 권 시장과 이 구청장의 입장이 서로 다르지만 두 분의 고민이 대구 발전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요즘 대구시장과 수성구청장 간에 묘한 기(氣) 싸움이 전개되는 것 같다. 필자가 우려하는 건 권 시장과 이 구청장의 알력 때문에 수성구민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최근 벌어진 일은 그런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같아 걱정이다.

필자가 2014년 12월22일 수성구의회 제199회 제2차 정례회 때 구정질문한 주민센터 신축 건이 관련 절차를 거치면서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범어3동주민센터 건립 건에 대해 대구시가 지방재정계획심의위원회에서 재검토를 결정하면서 제동을 걸었다.

사업비가 88억원이나 투입되는 호화 청사이며, 3~4층에 들어설 건강진흥센터가 실효성이 있느냐는 이유에서였다. 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이렇지만, 권 시장과 이 구청장 간의 알력 때문에 대구시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 같다는 의심을 살 만하다.

대구시가 제동을 건 이유가 합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범어3동주민센터가 들어설 부지는 수성구의 핵심 중심지인 범어동 26의 9번지로, 부지 및 건물 매입비만 41억원이나 된다. 호화 청사라는 말은 범어동의 부동산 시세를 감안하지 않은,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

또 건강진흥센터는 수성보건소가 멀리 있어 범어3동 주민과 노인복지 차원에서 꼭 필요한 것이다. 건강증진센터의 효용성은 이미 검증되고 있다. 현재 수성구 만촌1동 주민센터의 운영 사례를 들자면 4층의 신축 건물에 다양한 문화강좌 프로그램의 문화센터를 운영해 지역주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필자의 지적에 따라 건강증진센터를 만들어 수성보건소와 떨어져 있어 발생하는 불편한 부분을 일부 해소하고 있다. 게다가 고산건강생활지원센터도 각종 보건건강 프로그램 운영으로 고산지역 주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필자가 소속된 수성구의회 범안로무료화특별위원회가 대구시의회 의장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역현안을 설명하면서, 범어3동주민센터 건립에 협조를 요청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대구시도 범어3동주민센터 건립을 합리적으로 봐주길 바란다. 그래서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의 대립 때문에 지역주민을 위한 현안사업이 피해를 입었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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