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박근혜 서문시장 방문 그날의 풍경

  • 최보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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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06   |  발행일 2016-12-06 제2면   |  수정 2016-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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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풍경, 소리, 냄새, 분위기를 전하고 싶었다. 단순히 ‘무슨 일이 있었다’에 그치지 않고 소소한 점을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야 서문시장 화재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취재수첩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었다’가 지난 3일(영남일보 2면) 나왔다. 시민들은 각양각색의 반응을 쏟아냈다.

청와대도 논란에 대해 해명을 내놨다. 청와대 경호실은 5일 출입기자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대구 서문시장 방문 시 소방호스를 치웠다는 일부 언론보도는 사실무근입니다. 차량진입 과정에서 소방호스의 손실 방지를 위해 덮개(전선 및 소방호스 보호용 방지턱)를 씌웠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해명했다. 핵심을 벗어난 해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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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1시14분 서문시장에서 소방호스를 두고 실랑이가 벌어진 직후 모습. 청와대 경호실의 해명과 달리 덮개는 원래 설치돼 있었다. 위 사진은 기자가 찍은 여러 사진 중 한 장.

먼저 ‘소방호스를 치웠다는 일부 언론보도’라는 부분이다. 만약 이 ‘언론보도’가 영남일보를 지칭하는 거라면 청와대는 엉뚱한 해명을 내놓은 셈이다. 당시 취재수첩엔 ‘5분가량의 실랑이 후 소방호스는 빼지 않는 걸로 결론났다’고 썼다.

‘소방호스의 손실 방지를 위해 덮개를 씌웠음’이라는 부분 역시 당시 현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대답이었다. 경호실에서 언급한 ‘덮개’는 박 대통령의 방문 훨씬 이전부터 현장에 놓여있었다. 같은 차량길로 지나다니던 다른 차량에 대비해 미리 설치해 둔 것이었다.

그와 더불어 추가 취재를 통해 ‘노란 소방복의 사나이들’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한 소방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일 박 대통령의 방문 한 시간여 전 남자 6명이 대신119안전센터를 찾았다. 이들은 안전검측상의 이유를 들며 방화복과 헬멧을 요청했다. 이에 소방 측은 12벌의 방화복을 준비했고 이들은 6벌의 상의를 빌려갔다. 또 헬멧을 요구해 훈련용 헬멧(긴급구조통제단 운영요원 헬멧)도 6개 대여해 갔다. 한 소방 고위관계자는 “VIP가 오면 현장 사전 검측 같은 걸 할 것 아니냐. 사복 입고 현장에 들어가긴 위험하니 소방복을 입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서문시장 화재는 ‘남’의 일이 아니다. 내일은 나 자신, 그리고 우리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당일 피해 상인들은 완진(完鎭)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그래야 현장에 남은 가게의 흔적을 조금이나마 더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날 그 시각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최보규기자<기획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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