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영의 잇드라마]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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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24   |  발행일 2016-06-24 제38면   |  수정 2016-06-24
로맨틱 코미디 아닌 ‘미스터리 로맨스’…박도경이 죽든 살든 드라마는 해피엔딩
[이민영의 잇드라마]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또 오해영’(박해영 극본·송현욱 연출). 이제까지 이 드라마처럼 결말을 예측하기 힘든 드라마도 없었다. 초반만 봐도 전개와 결말을 예상할 수 있는 여느 드라마들과 달리 이 드라마는 14화가 방영된 지금 시점에서도 여전히 해피엔딩이냐, 새드엔딩이냐 결말을 두고 시청자들의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로 보든, 이제까지 드라마가 보여줬던 경쾌한 정조로 보든, 새드엔딩이 될 리 없을 거라고 위로들을 해보지만 그것이야말로 드라마가 끝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드라마의 결말에 대한 이러한 추측은 사실 이 드라마가 취한 특별한 전략에서부터 비롯된다.

많이들 ‘또 오해영’을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라고 오해하고 있는 듯한데, 이 드라마의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 ‘미스터리 로맨스’이다. 그저 유쾌하고 달달한 로맨스만이 아니라, 미처 알지 못했던 (불가사의한) 어떤 진실을 추적하고 발견해 나가는 과정 역시 중요하게 보아야 할 드라마란 것이다.

미스터리 드라마답게 ‘또 오해영’에는 문제를 추적하는 자가 등장한다. 박도경(에릭)이 바로 그 역할에 배당된 자다. 그가 추적하는 것은 자신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나 사건 같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추상적 개념은 물질성이 없기에 이성적으로 인정하기 쉽지 않다. 그가 오해영(서현진)에 대한 사랑을 쉽게 인정하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극 중 박도경의 직업이 소리를 기록하는 음향기사라는 것을 떠올려 보자. 소리 역시 물질성이 없지만 그는 그것을 기록하는, 그러니까 물질성이 없는 것의 실체를 누구보다 예민하고 감각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며, 따라서 이 추적에 가장 적합한 자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항상 적당히 살아왔으며, 그래서 웃지도 않는 감정 불구의 인물이었던 박도경은 오해영에 대한 사랑으로 인해 자신의 마음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즉, 오해영을 사랑하기 시작한 것은 그에게 하나의 사건 같은 것이다. 사랑이라는 사건이 벌어졌고, 추적을 위한 단서가 제공된다. 첫 번째 단서는 사라지는 것(=죽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던 박도경은 죽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고작 이것만으로는 사건이 해결되지 못한다. 죽는 것은 하나도 겁나지 않게 되었으나 힘들어하는 여자가 있다는 것이 걸리기 시작한다. 결국 그는 두 번째 열쇠를 집어 든다. 뜨겁게 사랑하기를 선택한 것이다. 박도경의 선택의 순간을 담고 있는 드라마의 대표 포스터는 이 드라마가 남녀의 로맨스보다 남자 주인공의 선택(적극적 의지에 의한)에 보다 더 집중했음을 보여준다.

정신과 의사는 그에게 ‘지금 이 상황에서 내 마음이 가장 원하는 게 뭘까’를 생각하며 ‘조용히 마음을 들여다 보라’고 충고한다. 이 충고하는 사람마저 어쩌면 실체가 아니라 그의 마음으로부터 들리는 소리, 일종의 탐정의 직관같은 것일 수 있다. 그는 결정한다. ‘마음이 원하는 만큼 가자. 아끼지 말고 가자’라고. 진심을 고백하고 돌아 나오는 그를 향해 오해영이 달려온다. 그녀의 발소리는 도경의 심장 소리와 겹쳐지고, 멈췄던 그의 심장은 느리지만 강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뛰는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도경의 성장이 시작된 것이다.

[이민영의 잇드라마]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추적자가 사건의 결론에 도달하고 미스터리를 풀게 되었을 때 새로운 사실로부터 성장할 수 있듯, 그 역시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성장하기 시작한다. 사건의 본질을 깨달음으로써 성장하는 미스터리 장르의 문법과 ‘또 오해영’은 구조적으로 동일하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박도경의 성장을 보여주는 성장드라마이자, 그가 자신의 마음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 미스터리 드라마다.

드라마의 전체 뼈대를 구성하는 장르 문법이 미스터리이기 때문에 이 드라마는 남녀 주인공의 사랑의 확인과 결실로 마무리되는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전개나 결말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만약 박도경이 살아난다면 뛰기 시작한 심장과 관련될 수 있겠지만 이러한 추측은 사실 불필요하다. 글쎄, 아마도 극 중 미래에서 박도경과 오해영의 사랑이 현실화되는 것을 보기는 힘들 것이다. 그간 이 드라마는 우리가 이성과 과학으로 인지하고 있는 일상의 시간과는 또 다른 시간 안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여러번 암시해 왔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열광하고 있는 로맨스가 죽기 직전의 박도경의 마음이 만들어내는 환상일 것이란 추측을 가능하게 해준다. 지금 시청자들이 느끼는 불안함, 박도경의 죽음과 새드엔딩에 대한 불안감은 이로부터 비롯된 것이니까.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박도경이 죽든 살아나든 이 드라마는 해피엔딩이라는 것이다. 오해영에 대한 사랑으로 인해 자신의 마음을 추적해온 박도경은 결국 마음을 알게 되고 그 마음을 한껏 펼침으로써 그간 자신이 해온 추적을 이미 끝냈다. 죽음이라는 미래는 바뀌지 않을지 몰라도 미스터리를 풀었으니 이 드라마의 결말은 이미 해피엔딩이다.

칼럼니스트 myvivian9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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