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배기 아들은 혼자서 굶어갔다

  •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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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4-15   |  발행일 2014-04-15 제1면   |  수정 2014-04-15
살해유기 혐의 비정한 아빠 PC방 전전하며 방치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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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빠져 28개월된 아들을 방치하다 숨지자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린 정모씨(22)가 숨진 아이가 든 것으로 보이는 봉투를 들고 집을 나서는 모습. CCTV 화면 캡처. <대구 동부경찰서 제공>

두 살배기 아들을 살해·유기한 혐의로 13일 긴급체포된 정모씨(22·구미시·영남일보 4월14일자 6면 보도)는 PC방 등을 전전하며 아이를 전혀 돌보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6면에 관련기사

특히 정씨는 숨진 아들을 한 달여간 아파트에 방치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14일 오전 이번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갖고, 정씨에 대해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존비속살인 등의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살인죄 적용은 최근 ‘칠곡 의붓딸 상해치사 사건 재판’에서 살인죄를 적용했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친 직후여서 더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구미시의 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던 정씨는 지난 2월24일부터 3일간 집을 비운 뒤 귀가해 이틀간 아이에게 먹을 것을 주고, 지난달 1일부터 또 집을 나갔다. 일주일 만에 집으로 돌아왔을 때 정씨의 아들은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이후 정씨는 아들의 시신을 집 안에 방치한 채 계속 PC방과 찜질방을 드나들었다. 지난달 31일에서야 다시 집으로 돌아온 정씨는 시신이 부패되면서 냄새가 심해지자, 담요로 싸서 베란다에 내놨다. 급기야 정씨는 지난 11일 시신을 싼 담요를 100ℓ짜리 쓰레기봉투에 넣어 자신의 집에서 약 1.5㎞ 떨어진 빌라 화단에 유기했다.

경찰 조사에서 정씨는 “부동산에 전세계약으로 집을 내놓은 상태였는데 세입자들이 찾아오게 되면 범행이 들킬까봐 그랬다"고 진술했다.

권창현 동부경찰서 형사과장은 “정씨는 온라인 게임에 빠져 PC방을 전전하는 동안 먹을 것도 없는 집 안에 아이를 혼자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시신의 부패가 심해 학대가 있었는지에 대한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 정확한 사망원인은 부검에 의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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